한국언론재단이 주최한 ‘디지털 뉴스 저작권 신탁사업 설명회’가 21일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려 참가자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언론재단·6개신문사 공동DB 아카이브 사업단
21일 설명회 가져
그동안 포털 사이트를 통해 무제한으로 유통되던 신문사 인터넷 기사의 저작권을 보호하고, 공동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상품화하려는 ‘아쿠아 아카이브 사업’이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저작권 신탁에 대해 우려하는 언론사가 많은데다, 여전히 포털 뉴스 영향력에 의지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아직 넘어야 할 고개가 많아 보인다. 한국언론재단(이사장 정남기)은 21일 오후 한국언론회관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디지털 뉴스 저작권 신탁사업 설명회’를 열었다. 현재까지 한국언론재단과 경향신문·조인스·전자신문이티뉴스·세계닷컴·매경인터넷·국민일보, 엔에이치엔(NHN)·네이버 등이 ‘아쿠아 아카이브 사업단’을 구성해 추진 중인 이 사업의 줄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신문콘텐츠 저작권 보호를 위해 한국언론재단에 신문기사를 공동으로 신탁한다. 엄호동 경향신문 미디어칸 미디어기획팀장은 “언론사 인터넷이 저작권 침해로 입는 피해는 한 해 적어도 300억원으로 추산된다”며 “보호·관리되지 못해온 저작권을 확립하고 여기서 최소한의 저작권료만 받아도 언론사들에 이익이 된다”고 설명했다. 오수정 한국언론재단 조사분석팀 차장도 “소프트웨어산업협회의 조사 결과, 비투지(B2G·언론사의 정부에 대한 사업) 정보 수요는 937억원인데, 이 가운데 341억원을 언론사들이 놓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말 현재 디지털 신문·잡지 사업의 매출은 425억원으로 2003년 410억원에서 3.7% 늘었다. 그러나 저작권 신탁을 둘러싼 논란이 있다. 아쿠아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 원칙적으로 언론사의 저작권은 발표한 지 5일 안의 기사까지만 인정되며, 발표한 지 5일이 넘은 기사들의 저작권은 한국언론재단에 모두 넘어간다. 이번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인터넷한겨레의 하변길 미디어부장은 “원저작권자인 언론사가 자신의 저작권의 핵심적인 부분인 사용·판매권을 신탁회사에 모두 넘긴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저작권을 언론사가 갖고 사업을 벌인다면 참여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저작권 담당부처인 문화관광부의 심동섭 저작권과장은 “저작권을 신탁하지 않는다면 대리중개를 할 수 있는데, 이번 사업은 원저작권자가 너무 많고 거래가 잦아 상시적인 직접 계약이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며 “신탁이 뉴스 공동판매 사업의 현실적인 방법일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재단은 신탁사업을 위해 문화관광부에 허가를 신청해 놓았다. 대리중개 사업은 신고만 하면 된다. 두번째 사업은 공동의 아카이브(정보·자료 창고) 구축을 통한 뉴스 공동판매 사업이다. 이에 대해 사업단 쪽은 “비투시(B2C·언론사와 개인), 비투비(B2B·언론사와 일반 기업), 비투지 등 사업 영역이 다양하며, 여러 언론사의 기사를 묶어서 판매하므로 규모가 커지고 거래와 사후관리가 더 쉬워진다”며 “언론사의 현재 뉴스 판매 사업이 사실상 속보 기사를 포털에 판매하는 것에 한정돼 있으므로 발표 5일이 지난 기사에 대한 판매 사업은 전혀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업단은 또 “모든 기사를 통째로 판매하는 것뿐 아니라, 검색 기능을 강화해 고객의 요구에 따라 맞춤형 정보를 제공할 수 있으므로 상품도 현재보다 훨씬 다양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제까지는 언론사가 거액의 광고를 받아 사실상 뉴스를 공짜로 제공해온 셈인데, 데이터베이스로서의 뉴스를 유료로 제공함으로써 뉴스 상품의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이라며 “언론사들로서는 새로운 상품을 개발함으로써 광고 비중을 낮출 수 있고, 공동으로 대응함으로써 사용자나 포털에 대한 협상력도 높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뉴스 유통의 사실상 지배자인 포털과의 관계 문제는 계속 남는다. 이번 아쿠아 사업이 시작돼도 여전히 포털에는 발표 5일 안의 뉴스가 제공되므로 포털의 속보 뉴스 장악력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 심지어 현재까지 참여한 6개사 외에 포털에 뉴스를 제공하는 60여사의 뉴스들은 5일이 지나도 여전히 포털에서 검색이 가능하므로 언론사들이 대거 참여하지 않으면 사용자들이 유료로 아쿠아의 아카이브를 활용할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변희재 ‘런아시아’ 편집장은 “뉴스 사업이 가능하려면 근본적으로 언론사가 포털에 뉴스 제공을 전면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용석 교수는 “포털에서 언론사들이 뉴스 부문을 완전히 철수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도 “디프 링크(포털에서는 제목만 보이고 클릭하면 그 언론사의 홈페이지에 실린 그 뉴스를 보게 하는 방식)를 점차로 확대해 언론사들이 자신의 뉴스 가치와 독자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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