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방 <청주방송>(CJB)에서 프리랜서로 일한 고 이재학 피디가 사측과 임금 인상과 부당 해고 문제로 갈등을 겪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 알려지자 언론단체의 비판 성명이 잇따르고 있다.
2004년부터 <청주방송>에서 ‘프리랜서’로 14여년 간 일했던 이재학(38) 피디는 지난 4일 저녁 8시께 충북 청주시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지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낮은 임금 등 열악한 처우를 견디며 일하던 이 피디는 2018년 4월 <청주방송>측에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가,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피디는 부당해고라며 그해 8월, 청주지법에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 22일 패소 판결을 받았다.
한국피디연합회는 6일 성명을 내고 “<청주방송> 간부들은 이 피디를 매몰차게 해고했고 끝내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사측은 고용계약서·용역계약서를 쓴 적이 없다는 이유로 ‘이 피디가 청주방송의 노동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억지”라고 비판했다.
피디연합회는 이 피디가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패소한 것을 두고서도 “이 피디가 가장 억울해한 것이 동료 피디들이 법정에서 증언하지 못하도록 사측이 압력을 넣은 사실이라고 한다. 이 부분은 불법 행위로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판은 지난달 22일 이 피디의 근로자 지위 확인 청구를 기각한 청주지법 1심 재판부로도 향했다. 연합회는 “이 피디가 독립제작사 등록을 했다는 이유로 그가 <청주방송>의 노동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도 어처구니가 없다”고 밝혔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도 이날 성명에서 “법원은 취약한 방송 노동자 이 피디의 입장을 존중하는 대신, 오랜 시간 갑질과 이기적인 자세로 일관한 <청주방송>의 손을 들어줬다”며 “법원은 이 피디가 오랜 시간 <청주방송>를 위해 일한 노동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대신 근로계약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빛미디어센터는 “이 피디의 죽음은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라며 “비정규직이나 취약한 환경에 놓인 방송 노동자를 착취하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진 한국의 방송 노동 환경, 그리고 방송 노동의 특수성을 살피지 않은채 철저히 사측의 편을 들어 약자가 살아남을 여지를 없앤 청주지방법원이 만든 공동 범죄”라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 유니온)도 이날 성명을 내고 “비정규 노동자들은 ‘프리랜서’라는 허울 아래 헌법에 명시된 노동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 피디의 안타까운 죽음의 책임은 방송사 뿐 아니라 방송사가 이처럼 노동자를 노동자로 대접하지 않아도 아무 제재도 받지 않게 용인해 온 정부의 책임도 크다”고 비판했다.
신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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