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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더 나은 사회 위해 ‘묻힌 현안’ 밥상 격론하며 정리하죠”

등록 2020-02-18 18:46수정 2020-02-19 02:37

[짬] 기독교교회협 언론위 심영섭 전문위원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가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가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종로 5가’는 70~80년대 반독재 민주화 투쟁의 상징적 장소였다. 배후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있다. 종교를 떠나 재야인사들이 5가의 기독교회관에서 모여 양심선언을 하고, 민주화를 논하는 중요한 거점이었다. 이런 기독교교회협의회 언론위원회는 우리 사회의 언론 정의 실현을 위해 2016년 6월부터 그달의 현안을 선정해 ‘주목하는 시선’을 발표하고 있다. 기존 언론들이 관심갖지 않는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에 주목해 세상과 새롭게 소통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으로, 최근 2018년 8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17개월치 내용을 묶은 <주목하는 시선>(시선) 합본호를 냈다. 기독교교회협 언론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처음부터 시선 선정팀에 참여해온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를 18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그는 방송통신심의위원, 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2016년 3월쯤 논의를 시작했다. 당시 언론 신뢰도가 떨어져 기레기라는 표현이 나왔다. 가짜뉴스와 싸우며 진실을 찾아 노력하는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주자며 좋은 기자상을 제정하려고 했다. 그러나 ‘우리가 아니어도 이런 상은 많다. 언론이 주목하지 않거나 보도되더라도 묻힌 이야기를 다른 시선으로 찾아보자’고 이야기가 모아졌다. 한달에 한번씩 현안을 골라 왜 선정했는지 글을 쓰자고 했다.”

그달 이후 시선 선정팀은 매달 한번씩 모여 그달의 시선을 정했다. 사전에 각자 안건을 보내면 간사가 취합한다. 대략 매달 10건 정도의 발제가 이뤄진다. 그 중에 3건을 최종후보로 추려 논의 뒤 주제와 필진을 선정한다. 불참하거나 지각하면 필진이 될 수도 있다. 여기까지는 기독교회관 회의실에서 한다. 근처 허름한 식당으로 옮겨 하는 ‘밥상 대화’가 이날의 핵심 시선이다. “밥상에서 다양한 논의가 오고간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자료를 공유하고 중요한 것은 시각이어서 방향에 대해 견해들을 쏟아낸다. 회의는 30분이지만 두시간 가량의 밥상 대화가 글의 질을 결정하기도 한다. 글을 쓰는 사람은 밥상 논의를 반영하는 대표필진인 셈이다.”

원고료가 없고 저녁값은 돌아가며 내는 등 모두 자원봉사란다. 이렇게 이해관계없이 만나 부담없이 생각을 밝힌다. “우리에겐 해방구다. 글도 통일성이 없다. 기자, 피디, 학자 등 모두 자기 스타일대로 쓴다.” 글을 쓰는 시선 선정팀은 현재 김당 <유피아이뉴스> 대기자, 김주언 열린미디어연구소 상임이사, 장해랑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정길화 아주대 겸임교수,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등이다. 초기에 활동하던 양승동 피디는 <한국방송>(KBS) 사장이 돼 빠졌다. 장해랑 교수도 <교육방송>(EBS) 사장으로 가며 잠시 활동을 멈추기도 했다. 방송사 사장을 많이 배출한다는 자긍심이 농반진반 나온다.

2016년부터 매달 ‘주목하는 시선’ 발표
그달의 현안 선정해 토론 거쳐 집필
17개월치 ‘합본호 북콘서트’ 유튜브에
한홍구 장해랑 김주언씨 등도 참여
“한국사회 방향에 문제제기하는 구실”

방송통신심의위원으로도 활동 중

시선의 첫번째 주제는 2016년 6월 심 교수가 쓴 <김군의 가방>이었다. 그 해 5월 서울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참변을 당한 김군에 대해 그는 “김군의 ‘사소한 오후 5시57분’은 개인의 불행으로 남지 않고, 모두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는 ‘특별한 오후 5시57분’이어야 한다”라고 썼다. 그러나 그는 2018년 12월 <다시 김군>을 쓸 수밖에 없었다. 태안 화력발전소의 한 작업장에서 홀로 야간작업을 하다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 문제가 터졌기 때문이다.

그는 “그 사이에 정권이 바뀌었지만 노동환경은 그대로여서 이런 사건사고가 계속 발생한다. 그들이 꿈꾸는 사회와 우리 사회의 괴리를 좁히는 데 초점을 맞춘 기사가 나와야 한다.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을 잊어서는 안 되는지 방향과 속도를 되짚어보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선팀의 역할은 대안 언론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가는 방향이 맞는지 끊임없이 문제제기하고 속도가 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도 했다.

시선팀이 주목한 지난해 상반기 화두가 ‘5·18 폄훼 망언’이었다면 하반기는 불평등과 차별의 문제였다. 미투나 ‘82년생 김지영’ 등 젠더 시각을 다룬 글은 안 보인다는 질문에 그는 “우리가 다른 시선으로 본다고 하는데 젠더 감수성이 부족한 것이 한계다. 여성 필진이 없어서이기도 하다. 세대 갈등과 이주민, 탈북민 등도 우리 사회 중요한 문제인데 사각지대”라며 우려했다.

시선팀의 또다른 고민은 콘텐츠를 폭넓게 확산시키는 일이다. 치열한 논쟁 끝에 그달의 현안을 세상에 내놓지만 원고 30~40매의 글은 이메일로 교계나 기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끝난다. 심 교수는 “언론이 시선에 담긴 이슈를 깊이 파고 지속적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지만 시선의 울림과 제안이 계속 묻히고 사장되니 플랫폼 고민이 많았다”며 “요즘 유튜브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기독교회관에서 합본호 출간 기념 북콘서트를 열었는데 이를 영상으로 제작해 처음으로 유튜브에 올렸다. 텍스트를 멀리하는 젊은층과의 적극적 소통에 나서자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파편화된 현상이 아닌 큰 틀의 의제를 짚어야 한다는 고민도 있다. 그는 “매달 현안을 다루는 시선을 넘어 올해는 장기적 관점에서 분기별 또는 일년에 한두번, 연간 정리 등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품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지만 언론이 지속적 관심을 갖도록 치열하게 논의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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