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한겨레신문사 사옥은 두 팔로 세상을 안은 모양새를 하고 있다. 왼쪽의 삼각탑은 정론직필의 펜을 상징한다. 조건영 건축가가 설계한 한겨레신문사 사옥은 1991년 한국의 10대 건축물로 선정됐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18일로 지령 1만호를 발행한 <한겨레>는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한 ‘국민주 신문’이다. 7만명의 국민이 모아준 성금이 한겨레의 주춧돌이 됐다. 대부분 소액주주다. 200주(액면가 기준 100만원) 이하 보유 주주가 전체의 95%다.
한겨레 주주는 일반 기업의 주주와 다르다. 투자 목적으로 주식을 산 게 아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민주화의 완성을 위해선 이 땅에 제대로 된 언론이 있어야 한다는 염원에서 국민주 모금에 참여한 것이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도 한겨레 주주다. 모두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에 주주가 됐다.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은 야당 총재 시절 주주로 참여했다. 노태우 정부 때인 1989년 김대중 평화민주당 총재가 먼저 주주가 됐고, 몇달 뒤 김영삼 통일민주당 총재도 주주로 참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1987년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민주화 운동에 앞장설 때 한겨레 창간기금 모금에 참여했다. 창간 주주다.
노 전 대통령은 한겨레가 2005년 5월 ‘제2 창간 운동’을 하면서 발전기금을 모금할 때도 참여 의사를 밝혔다. 대통령 월급으로 모아둔 예금에서 1천만원을 발전기금으로 내고 싶다는 뜻을 비공개로 전해왔다. 한겨레는 노 대통령이 기존 주주인데다 발전기금 기탁 자격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받을 계획이었다. 다만 노 대통령의 참여 사실을 따로 공개하지는 않고 발전기금 모금이 완료돼 기탁자 명단을 신문에 게재할 때 노 대통령 이름도 함께 싣기로 했다. 그런데 <조선일보>가 이를 알고 시비를 걸어왔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노 대통령이 자신과 뜻이 맞는 언론에는 각종 지원을,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에는 각종 규제를 서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터무니없는 악의적 선동이었지만, 소모적 논란이 계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 대통령의 참여를 퇴임 이후로 늦췄다.
한겨레는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창간 이후 처음으로 주주들에게 배당을 결정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주주 배당을 검토한 적이 있으나 회사 재정 사정 때문에 늦어진 것이다. 한겨레는 주주 배당을 공고하면서 “한겨레를 아끼고 응원해주신 주주들께 드리는 작은 보답”이라며 “지속가능한 언론사로 꾸준히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안재승 논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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