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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한겨레만의 독보적 가치, 잃어버린 건 아닌가”

등록 2020-05-18 18:20수정 2020-05-19 02:47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 ·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 대담
&lt;한겨레&gt; 초대 워싱턴 특파원과 논설주간을 지낸 정연주 전 &lt;한국방송&gt;(KBS) 사장(왼쪽)과 정준희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한겨레 지령 1만호를 계기로 언론개혁 등에 대해 대담을 나누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한겨레> 초대 워싱턴 특파원과 논설주간을 지낸 정연주 전 <한국방송>(KBS) 사장(왼쪽)과 정준희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한겨레 지령 1만호를 계기로 언론개혁 등에 대해 대담을 나누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사회 ㅣ 이재성 문화부장

혼돈의 시대다.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해마다 추락하고 있다. 언론개혁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지만, 수많은 언론은 아랑곳없이 편파·왜곡보도를 일삼으며 분열과 불안을 조장하기 바쁘다. <한겨레>는 지령 1만호를 맞아 정연주 전 <한국방송>(KBS) 사장과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를 초청해 언론개혁과 <한겨레>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점검하는 특별대담을 마련했다. 정 전 사장은 한겨레 초대 워싱턴 특파원과 논설주간 등을 지냈으며, ‘조중동’과 ‘조폭언론’이라는 조어를 처음 사용해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깨우친 원로 언론인이다. 정 교수는 <저널리즘 토크쇼 제이(J)> 등 언론비평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나타낸 언론학자다.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이재성 한겨레 문화부장의 사회로 진행한 대담은 2시간 30분 동안 이어졌다.

― <한겨레>가 두 분의 삶에 어떤 의미였나에 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으면 좋겠다.

정연주 “한겨레는 내게 기자로서의 삶을 부활시킨 의미가 있다. 1975년 <동아일보>에서 해직되고 박정희, 전두환 군부독재 거치며 기자가 될 수 있다는 꿈을 접은 상태였다. 1987년 6월항쟁의 축복으로 한겨레신문이 기적적으로 탄생했고, 그 덕분에 다시 기자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내가 동아일보 때부터 언론을 가슴에 품고 살아온 것이 50년이다. 언론인으로서 가장 행복한 시절을 보낸 고마운 곳이 한겨레다. 고향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정준희 “독자로서 내게 신문은 한겨레뿐이다. 시작부터 지금까지.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하다가) 내가 마음을 주고 믿음을 준 신문은 한겨레였다. 특정한 미디어에 대해 많은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주고, 공동의 운명이라고 느꼈던 사례는 흔하지 않다. 창간 때 고등학교 3학년이었는데, 한겨레를 접하고 눈이 열리는 느낌이 들었다. 독재에 저항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성문제, 노동문제 등에서 내가 학습하지 못했고 생각하지 못한 것을 신문으로 본다는 것이 신선했다.”

― 지령 1만호를 맞아, 그동안 한겨레의 공과를 평가해 달라.

정연주 “한겨레는 1988년 ‘국민주’라는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방식으로 탄생한 독립신문으로서 존재 자체가 공이었다. 당시 일방적 언론이 지배하던 시기에 독보적 가치가 있었다. 그동안 민주주의, 남북평화, 민중의 삶, 평등과 복지 문제 등에서 한겨레가 독특한 구실을 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언론과 구분되는 유니크한 가치와 역할을 잃어버린 것 같다. 지금은 그냥 여러 언론 가운데 하나인 ‘원 오브 뎀’이 돼 버린 건 아닌가. 그것이 지금 한겨레의 문제라고 본다.”

정준희 “저는 한겨레가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했다고 판단한다. 군사독재 정권 시절, 할 말을 한 언론인들은 다 잘렸다. 언론인의 기개는 기존 신문사에서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렇게 해직된 언론인들이 유일하게 모인 곳이 한겨레였다. 한겨레는 언론인들이 열망했던 민주주의의 결집체였고, 민주주의라고 하는 가치에 투신한 신문사였다. 권력 비판과 감시라는 언론으로서의 충실한 모습을 지켜오려고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염원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를 꿈꿀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 소수자, 평화통일 등의 문제와 관련해 독자들의 눈을 열어 주는 데 기여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런 점들이 변질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겨레는 어정쩡한 진보로 포장되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지금 한겨레는 진보서클의 ‘무크지’(부정기 간행물)로 가는 것 같다. 민주주의가 여전히 대단한 가치임에도 한겨레는 저마다 다양한 진보적 사상을 그냥 묶어서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 변질했다고 하셨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달라.

정준희 “저는 영국의 <가디언>을 좋아하는데, 가디언 사주는 리버럴한 신문, 진보적 신문을 창간 목표로 삼고 신문을 만들어왔다. ‘리버럴’이란 의미가 시대마다 약간씩 바뀌긴 했어도 기저에 흐르는 그 가치는 지금도 기자들에게 전승되고 공유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반면, 한겨레는 지금 어떤 가치를 지향하고 있는가? 시대에 맞춰서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학습하며 공동체적 가치를 만들고 있는가? 저는 그 가치가 깨져버리지 않았나 생각한다.”

정연주 “변질이라기보다는 변형이라고 본다. 3년 전 미국 <뉴욕타임스>는 2020년을 내다보고 자신들의 미래전략을 담은 보고서를 만들었다. ‘2020 보고서’라는 별칭의 ‘독보적 저널리즘’(Journalism That Stands Apart)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다. 뉴욕타임스가 지향하는 바가 바로 ‘다른 언론과 구분되는 독보적 언론’이다. 한겨레는 출발부터 독보적이었고 상당 기간 독보적인 역할을 해왔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다. 큰 사건이 터졌을 때 이런 점이 나타나는데,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우리 사회를 뒤덮은 ‘검찰 권력 남용 사건’ 때 보인 모습이다. 흔히 ‘조국 사태’라고 하는데, 나는 ‘검찰 권력 남용 사건’이라고 부른다. 이때 한겨레가 독보적이었나? 큰 폭풍이 휘몰아칠 때 뭔가 독보적인 모습을 보였어야 했는데, 그걸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다른 신문처럼 검찰 프레임에 갇혀 휩쓸려 갔다고 생각한다.”

― 말씀처럼 지난해 한겨레는 이른바 조국 보도와 관련해 큰 홍역을 치렀다. 당시 한겨레의 조국 관련 보도를 어떻게 평가하시는가.

정연주 “당시 뉴스를 다루는 스트레이트 기사와 칼럼·사설이 상당히 괴리돼 있었다. 예컨대 김종구 당시 편집인이 “멸문지화”라는 표현을 써가며 검찰 권력을 신랄하게 비판한 칼럼이 있었는데, 뉴스 섹션의 기사는 검찰 프레임에 갇힌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기사들이 다른 언론에 견줘 적었다고는 하더라도 큰 틀에서는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폭풍우가 불어올 때 덜 휩쓸렸지만, 독자들 뇌리에 박히는 것은 기사 한두 건이다. 십여년 전 이명박 정부가 나를 배임 혐의로 걸어 기획수사를 했을 때도 비슷했다. 결국 무죄가 나왔지만, 혹독하게 재판을 거치며 기자와 검사가 똑같다는 것을 느꼈다. 2010년 한겨레에 ‘기자인가, 검사인가’라는 제목의 칼럼도 썼는데, 대부분의 언론은 검찰이 던져주는 ‘피의사실’을 ‘기정사실화’해 버렸다. 무죄 추정의 원칙이나 피의자의 권리는 없었다. 검찰 얘기만 듣고 검찰 논리 안에서 기사를 쓰더라. 지금도 마찬가지다. 한겨레도 다르지 않다.”

정준희 “당시 보도를 보면서 한겨레가 우왕좌왕, 혼란스러워하는 것이 읽혔다. 터져 나오는 것을 쫓아가야 하는 것 속에서 혼란해 했다. 그때 많은 기자가 (조국 보도를) 왜 쫓아갔을까 고민을 해보면, 저는 현 정부와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알리바이’라고 상당 부분 생각을 한다. ‘문재인 정부라고 해도 문제가 있는 것, 즉 깔 건 제대로 깐다’는 식의 사고가 작동했다고 본다. ‘이 시대 우리가 비판을 집중해야 할 권력이 무엇인가’에 대해 한겨레 안에서 논의했다면, 이런 식의 보도는 나오지 않았을 거다.”

정연주 내 생각에 한겨레 독자는 상식적이고 건강한 민주시민이다. 한겨레가 지향해야 할 독자층도 민주주의와 사회정의에 깨어있고, 그것을 갈망하는 집단이어야 한다. 이념적으로 규정지어선 안 된다. 아스팔트 우파가 한겨레 독자가 될 일은 만무하고, 급진적 좌파에 갇혀서도 안 된다. 한겨레 내부 목소리를 중심으로 이야기하자면, 나는 편집회의의 ‘권위’가 없어진 데 따른 결과라고 본다. 폭풍우처럼 휘몰아치는 사건이 터졌을 때, 국장단과 데스크들이 이슈에 대한 방향성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줘야 한다. 한두 사람의 의견이 아니라, 집단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 언론개혁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언론개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방향에 대한 합의는 없는 것 같다.

정연주 “지금 이 시점에서 선출되지도 않았고, 책임도 안 지는 두 권력이 있다. 검찰과 언론. 이 둘의 개혁 방향은 똑같다. 권력을 분산하고, 책임을 묻게 하는 거다. 검찰개혁과 관련해서는 새로 꾸려진 국회에서 할 일이지만 지난해부터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작업으로 가고 있다. 7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하면 책임도 물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언론도 권력이 분산되는 중이다.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전통 미디어의 영향력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이다. 다만, 책임을 묻는 것과 관련해 품질이 나쁜 상품을 퇴출해야 하는데, 광고협찬 제도의 괴이한 형식으로 불량제품들이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나는 이런 구조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언론개혁의 방향은 신뢰가 없고 충성스러운 독자가 없는 언론을 시장에서 퇴출할 수 있는 쪽으로 맞춰져야 한다.”

정준희 “기성 언론이 정파를 만들어 내는 데 기여할 순 있겠지만, 일반적 의미의 여론을 만들기는 힘들어졌다. 이번 총선에서도 드러났듯, 조·중·동 등 전통적 언론 권력의 작동방식은 상당 부분 와해했다. 이제 언론개혁은 신문법 바꾸고 방송법 바꾸고 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생적 언론이 먹고 살 수 없도록 언론 산업구조나 경제구조를 바꿔주는 것에 포인트를 둬야 한다. 노무현 정부 때 기자실 폐쇄했던 것처럼 할 건 아니고, 정부가 ‘공정 거래 질서’를 잡아주는 것에 언론개혁의 출발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언론 스스로는 전문모형을 만들어 한다. 조국 사태를 예로 들면, 언론이 정파를 결정할 게 아니라,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독자들이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독자들이 특정한 상황에서 혼란을 극복하고 길을 잡아서 정보를 취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식이 기존 언론에서 나와야 한다. 뉴욕타임스나 비비시(BBC)는 그런 것을 해준다.”

― 중요한 문제 제기다. 언론은 권력과 싸운다고 하면서 폭로저널리즘을 지향해 왔다. 가치가 충돌할 때 독자들의 가장 큰 궁금증은 ‘뭐가 진실인가’ ‘이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인데, 그 궁금증을 전통 미디어들이 해소를 못 해줬다고 본다.

정준희 “디제이(DJ) 정부 때 한겨레가 권력층의 ‘옷 로비 사건’을 특종 보도했다. 그런데 언론사는 자신들이 잘했다고 생각하는 영웅적 기억을 강조하려고 하지, 당시 어떤 기준으로 이걸 판단했는지에 대한 기록은 안 남겼다. 그때도 선택이 필요했을 것이다. 디제이 정부와 싸워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문제도 있었을 거고. 최순실 국면이나, 조국 국면이나 권력은 달라졌지만, 당시 어떤 판단을 해서 결국은 상식적 시민의 정서와 같이 갔는가, 하는 좌표가 남아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다시 혼란스러울 때 그런 경험을 꺼내 보고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권력 비판도 편했고, 폭로하면 대부분 의미가 있었던 때인데, 앞으로는 점점 더 기본적으로 내 좌표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다.”

정연주 “지난해 조국 국면에서 언론의 태도는 과거 언론이 했던 권력의 누추한 폭로와 근본적으로 다른 게 있다. 과거 폭로저널리즘은 언론 스스로 취재해서 끄집어낸 것이 많았다. 그런데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지난해의 경우, 대부분의 언론은 검찰에서 흘려 주는 것을 받아쓴 것이다. 엄밀한 의미의 폭로저널리즘이 아니었었다. 국정농단 때 한겨레가 했던 독자적인 취재에 의한 권력 비판, 폭로와는 달랐다. 그것을 구분해야 한다. 검찰 출입처 관행이 검찰의 여론전에 어떻게 이용되는지도 핵심적으로 문제 삼아야 할 부분이다.”

― 출입처 관행은 권력을 가까이에서 견제·감시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이번 <채널에이(A)>의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사건에서도 드러났듯, 한국언론의 숱한 문제를 낳아왔다. 출입처와 언론 유착, 획일적 보도 등이 그것이다. 출입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시나?

정연주 “지금 출입처와 기자실은 그 자체로 권력이 돼 버렸다. 새로운 매체의 진입을 막고, 엠바고를 결정하고, 이를 위반하는 기자 징계하는 노릇을 한다. 세상에 이런 기자실이 한국 말고 어디에 또 있나. 기자실은 기자들이 정보를 얻는 역할만 할 수 있도록 고쳐야 한다. 그 자체가 권력이 되면 안 된다. 또한 기자실에서 한겨레 기자는 불편한 존재가 돼야 한다. 한겨레는 성한용 기자가 기자실 촌지 사건을 보도한 혁혁한 역사를 갖고 있다. 언론의 보도 행태도 바뀌어야 한다. 출입처별 기사를 모아서 내는, 백화점식 나열 보도가 너무 많다. 최근 뉴욕타임스가 자신들의 기사를 혹독하게 비평한 글을 봤다. 자신들이 매일 200여건의 기사를 내는데, 이 가운데 읽을만한 기사는 얼마 안 된다는 거다. 대부분이 ‘의무적으로 보도하는 기사’, 즉 면피용 기사라는 건데, 우리도 다르지 않다.”

정준희 “출입처는 취재특권이다. 레거시 미디어는 여기에 기대 지금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 폐쇄구조를 유지해서 거기서 흘러나오는 기사와 단독으로 자신들의 위치를 부각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저는 이런 구조가 상당 기간 가겠지만, 상당히 쪼그라들 거라고 본다. 그러면 누군가 먼저 발을 빼고 움직여야 한다. 순진한 생각인지는 모르나, 언론사에서 하루 평균 200건의 기사가 필요하다고 가정하면, 50건 정도로는 안 되는가. 모두가 똑같이 쏟아내는 기사량을 줄이고 50건을 잘 만드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르다고 본다. <한국방송>(KBS)이 일부 출입처 폐지 실험을 하고 있는데, 저는 한겨레가 그것보다 더 많이 폐지해서 기존 출입처에서 나오는 기사가 아니라 다른 취재 근거와 시각을 가진 뉴스가 명확하게 나오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지금의 구조를 깨는데 핵심이다. 그래야 한겨레 기자들이 ‘한겨레’라는 가치 아래로 모인다. 출입처에서 자기들끼리 카톡방에서 정보 주고받는 맛에 길들여지는 영업사원 만드는 것과 같은 방식이 돼선 안 된다.”

― 이명박 정부가 보수 일변도로 종합편성채널을 허가함으로써 그렇지 않아도 기울어져 있는 언론 지형이 심각한 편향 상태에 빠져 있다. 진보 종편의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연주 “2009년 종편이 출범할 때, 한겨레가 전략적으로 진출했다면 나는 성공했을 것이라고 본다. 충분한 역할을 했을 테고. 하지만 지금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 종편을 하기 위해선 돈이 굉장히 많이 들어간다. 만약, 한겨레가 자금 여력이 있다면 종편을 할 게 아니라 디지털을 강화해야 한다. 진보 종편은 필요하지만, 지금의 경제 상황과 엄혹한 광고 시장을 고려하면 생존 가능성에 대해선 의문이다.”

정준희 “한겨레의 미디어 전략이라면 종편은 고민 안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진보진영 전체를 놓고 보면 고민이 되는데, 수많은 다국적 펀드를 모아서 종편을 만들 수 있다고 보긴 어렵다. 한겨레는 전략적으로 디지털에 우선 집중하는 게 바르다고 본다. 디지털 역량과 디지털 영상능력을 증대할 필요가 있다.”

― 끝으로 한겨레 구성원과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정연주 “구성원에 먼저 말하고 싶다. 우리의 가장 충성스러운 독자가 누구고,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신뢰도 1위의 한겨레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본다. 또한 독보적인 저널리즘을 추구해야 하며, 지향해야 할 가치는 인류 보편의 가치가 돼야 한다. 독자들은 정말 섭섭한 측면이 있더라도, 여전히 한겨레는 한국언론에서 독보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내팽개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금 밉더라도 독보적인 신문을 어떻게 키울 수 있는가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정준희 “구성원과 독자를 묶어서 이야기하겠다. ‘기레기’로 불리는 것에 기자들이 상처가 큰 것 같다. 그런데 왜 그런 비난을 받는지에 대해 고민해보라. 결국은 기자로서의 ‘소명’을 저버렸기 때문에 생기는 비난들이 상당 부분이다. 배반감을 느끼는 독자들을 정확히 바라보면, 이분들의 불만 뒤에는 상당한 기대감이 있다. 그들은 기대감을 충족시켜줬다고 느껴지는 기자에게는 열광적인 성원을 보낸다. 기자라는 직업의 특징은 소명에 충실하면 지지와 영향력 등이 따라온다. 한겨레와 소속 기자가 그런 ‘소명’에 충실하려고 하는 모습을 회복했으면 좋겠다.”

정리/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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