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57개 언론·시민사회·종교단체로 구성된 ‘조선동아 거짓과배신의 100년청산 시민행동’이 지난 3월5일 오전 서울 중구 조선일보사 옆 원표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회견 참석자들이 오종선 조각가가 <조선일보>의 반민족 역사를 두루마리 휴지로 형상화한 설치미술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조선일보>는 1937년 1월1일 일왕 부부 사진을 1면에 실은 것을 시작으로, 1940년 폐간 전까지 해마다 1월1일 일왕 부부의 사진을 실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조선일보>의 왜곡보도를 바로잡으려는 시민들의 비판 목소리에 고소를 남발하거나 친정권 세력의 공세로 몰아가는 행태에 대해 시민사회가 강도높은 규탄에 나섰다.
57개 언론·시민사회·종교단체로 구성된 ‘조선동아 거짓과 배신의 100년 청산 시민행동’(시민행동)은 8일 논평을 내어 “조선일보 기자들은 엉뚱한 고소 남발과 궤변은 그만두고, 시민들의 건전한 자사 비판에 먼저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행동은 “조선일보 기자가 왜곡보도를 고발하는 시민단체 활동가에게 비아냥거리거나 취조에 가까운 강압적 취재를 시도한 데 이어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인 시민을 모욕 혐의로 고소까지 하고 나섰다”며 비판했다.
시민행동은 이 신문에 최근 정정 및 반론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는 데 주목하며 “6월1일 인천공항 수하물 카트 관리 노동자들이 ‘무늬만 파업 중’이라고 보도했다가 지난 6일 파업 내용 및 배경, 복귀 시점 등 기사 논조와 내용 전반을 뜯어고쳐야 하는 수준의 정정 및 반론보도를 온라인판에 슬그머니 내놨다”고 질타했다.
또 조선일보가 지난 5월에 보도한 정의기억연대의 위안부 피해자 안성쉼터 관련 기사에서 쉼터를 주변 시세의 3배를 주고 샀다가 손실을 봤다고 보도했지만 언론자율감시기구인 한국신문윤리위원회가 최근 “객관적 사실이라기보다 주장에 가까운 내용”이라며 ‘주의’ 처분을 내린 제재사항을 환기시켰다. “조선일보는 겨우 거래 세 건의 평균값을 가지고 ‘시세 3배’로 단정한 것은 “짜맞추기식 비교”라는 것이 신문윤리위원회 판단”이라는 것이다. 정의연은 지난달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선일보 등 7개 언론사의 기사 9건에 대해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을 신청했고 그 결과가 나오고 있다. 시민행동은 “이와 관련해 가장 왜곡허위보도가 심한 것으로 지적받은 조선일보와 그 소속 기자들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행동은 이 신문에 정정보도 요청이 쏟아진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친정권 세력의 공세’로 몰아간 기자 칼럼에 대해서도 “조선일보는 정정보도를 강화한 게 아니라 오탈자 수정을 강화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진정성과 실효성을 의심받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시민행동은 이어 “한 달 전만 해도 ‘스스로 잘못된 기사를 바로잡겠다’고 다짐한 조선일보는 언론의 존재 가치를 잊은 것인가, 아니면 자신과의 약속을 잊은 것인가”라며 “자사 왜곡보도를 고발하는 현장에 나타나 시비를 걸거나, 기자 본분에 걸맞지 않은 행태에 사죄하라는 시민의 외침에 재갈을 물릴 시간에 사실 보도를 위한 노력에 더 힘쓸 것”을 촉구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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