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위원 모두 정치인 출신 논란]
민주 김현, 관련 경력 거의 없어
통합 김효재, ‘돈봉투’ 처벌 전력
‘정계 인사 자리보존용’ 전락 우려
“공영방송 지배·재원 구조 개선
OTT 규제 부처간 혼선 해결 등을
5기 방통위 최우선 과제 삼아야”
민주 김현, 관련 경력 거의 없어
통합 김효재, ‘돈봉투’ 처벌 전력
‘정계 인사 자리보존용’ 전락 우려
“공영방송 지배·재원 구조 개선
OTT 규제 부처간 혼선 해결 등을
5기 방통위 최우선 과제 삼아야”
방송과 통신 규제기관으로 2008년 출범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새달 5기 체제에 돌입한다. 지난해 7월 자진사퇴한 이효성 전 방통위원장 후임으로 이달 말까지 잔여 임기를 마무리하는 한상혁 위원장은 연임에 성공해 8월부터 5기 방통위를 이끌게 된다. 방통위는 급변하는 뉴미디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공공성에 대한 철학과 전문성을 갖춘 위원 구성이 절실하다. 하지만 새로 교체될 상임위원 2명이 여야 정치인 출신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커 위원회의 정치적 독립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새 방통위원 구성 논란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기구’인 방통위는 5명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된다. 위원장을 포함한 2명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3명(여당 1명, 야당 2명)은 국회에서 추천한다. 상임위원 5명 가운데 표철수·허욱 위원이 이달 말 임기가 끝나 국회에서 2명을 추천해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김현 전 민주통합당 의원을 추천했다. 정식 공모 전에 이미 김 전 의원 내정설이 돌아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공모를 진행했으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무늬만 공모’라는 뒷말이 나왔다. 민주당은 청와대 춘추관장을 지낸 그의 이력이 방통위 설치법의 방통위원 자격요건 가운데 ‘2급 이상 또는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직에 있었던 사람’에 맞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방송·통신 관련 경력이 거의 없어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래통합당 역시 <조선일보> 출신 김효재 전 한나라당 의원을 추천했다. 김 전 의원은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에 연루돼 처벌받은 바 있다.
여야 추천 2명이 본회의에서 그대로 통과되면 지난 3월 선임된 한나라당 국회의원 출신 안형환 위원에 이어 방통위원 5명 중 전직 의원이 3명인 이례적 상황이 된다. 지금도 여야 3 대 2 구도로 정치적으로 민감한 현안엔 정파적 대립이 불거졌는데, 앞으로는 이런 구도가 더 심화해 위원회가 정쟁의 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오정훈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5기 방통위는 미디어 공공성 확보에 어느 때보다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방통위원 5명 가운데 3명이 국회의원 출신으로 채워지면 정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미디어 정책이 좌우될 수 있다. 특히 지난 정부 때 콘텐츠 진흥정책으로 통신사 배 불리기를 했는데 통신자본에 취약한 정치인이 방통위에 들어가면 안 된다. 정치적 후견주의를 벗어나야 한다”고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방통위원 자리가 결국 정치인 출신 인사의 자리보전용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는 “방통위는 정치적으로 독립기구여야 한다. 특정 정당을 대변하는 정치인에게 독립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방통위원 자리가 정치인 챙겨주기용이 된다면 방송과 통신 규제에서 공정성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며 “전문성도 검증되지 않은 상황이라 정치적 힘겨루기, 나눠 먹기의 장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장관이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는 정부 부처와 달리 방통위는 민주적 합의제를 원칙으로 한다. 정치인이 다수를 차지하면 위원들 간 건설적인 정책 조율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경자 전 방통위 부위원장은 “방통위를 왜 합의제로 만들었는지 입법 취지를 되새겨야 한다. 공공기관의 의사 결정은 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기업과는 다르다. 갈등을 최소화하고 갈등을 관리하는 구조가 합의제다. 정치화되는 것은 합의제 정신에 어긋난다”고 짚었다.
■ 5기 방통위 최우선 과제는
전문가들은 5기 방통위의 우선적 해결 과제로 공영방송 지배구조와 재원구조 등 법제도 개선,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 강화, 이용자 권익 증진 등을 내세운다.
김춘식 한국외대 교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 집권 여당이 먼저 기득권을 포기하고 정치적 독립성 보장을 위한 개선에 나서야 수신료 등 재원구조 논의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방송>(KBS)은 최근 40년째 동결된 수신료 현실화를 위한 공론화 행보에 나섰으나 이는 결국 지배구조 문제와 맞물려 있다는 지적이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오티티) 규제를 놓고 방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간의 혼선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미디어 시장 몰락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유·무료 오티티 규제를 위해 통합적 논의의 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채널에이(A)> 사태에서 드러나듯 방송 전체의 신뢰 하락을 제어하기 위해 재허가·재승인 심사를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석현 서울와이엠시에이(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은 “방통위가 사업자 중심으로 정책을 진행했는데 앞으론 이용자 권익에 무게를 둬야 한다. 이를 위해 시민들과의 상시적 소통 창구를 마련해 시청자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속가능한 미디어 발전을 위해 큰 틀에서 접근하는 논의체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방통위가 지엽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시기는 지났다. 방송사 전체의 구조를 개혁하고 개편을 할 수 있는 틀을 갖추는 것이 순서다. 사회적으로 동력을 받을 수 있는 논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전문성이 있는 인사들로 위원회가 구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언론시민사회가 제안한 범사회적 논의기구 ‘미디어개혁위원회’와 맥을 같이한다. 한상혁 위원장도 지난 2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달라진 미디어 생태계에 따른 법제도 개선 등 미디어 전반을 논의할 미디어혁신기구 설치에 공감한 바 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20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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