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코로나19로 비대면 화상회의로 열린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회의에서 이정연 참여소통데스크가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외부위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이날 이재성 문화부장이 화상회의에 참석 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코로나19로 문화·스포츠계는 어두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여러 문화 행사와 스포츠 경기는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온라인 공연, 무관중 경기 등의 방식으로 관객·관중과 연결됐다. 이런 와중에 국외에서 케이팝의 인기는 정점을 찍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4시 8기 열린편집위원회 위원들은 <한겨레>가 변화하는 시대 속 문화·스포츠 이슈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톺아봤다. 지난 회의에 이어 이동과 접촉을 최소화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기 위해 화상회의로 진행했다. 열두번째 열린 이번 회의에는 홍성수 시민편집인 겸 열린편집위원장(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강혜란 위원(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김미경 위원(한겨레온 편집위원), 김제선 위원(한국사회혁신가네트워크 공동대표), 박영흠 위원(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초빙교수), 우태희 위원(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이 참석했다. 한겨레에서는 이봉현 저널리즘책무실장과 이재성 문화부장, 이정연 참여소통데스크가 함께했다.
문화 다양성 흥미롭게 잘 짚어
다른 지면의 무거움과 대조적
박영흠 한겨레 문화면을 정말 열심히 애독하는 독자다. 좋아하는 면도 많지만, 아쉬운 점도 있는데 개별 기사보다는 큰 틀에서 두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다. 먼저, 한겨레가 지향하는 가치나 끈질긴 취재 근성이 문화와 스포츠 영역에서 반영되었으면 좋겠다. 스포츠계 폭력, 특정 구단의 불합리한 리더십 등의 이슈가 터져 나올 때 한겨레가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이들을 다루고, 새로운 사실을 발굴했는지 의문이다. 이 분야에서 그런 이슈를 취재하기가 어려울 거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만, 다른 분야에 견줘 잘 안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또 반대로 문화부 기사의 장점이 다른 부서에 이식됐으면 좋겠다. ESC나 토요판 같은 지면을 매주 재미있게 보고 있다. 많은 분이 느끼겠지만 문화부 기사의 재기발랄함과 다른 지면의 무거움이 대조된다. 출입처에서 벗어난 기자들의 기획력과 혁신의 역량이 잘 드러나는 지면이 ESC 같은 지면이다. 그런데 왜 거기서 기사를 쓰던 기자도 정치부·사회부에 가면 다시 똑같은 기사를 쓰게 될까? 기자들이 부서에 따라 나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조직도 그런 환경을 만들어온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앞으로는 정치부나 사회부도 ESC나 토요판 같은 기사를 쓸 수 있도록 장려했으면 좋겠다.
홍성수 한겨레는 문화·스포츠가 약하다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지난 한달 더 자세히 살펴봤더니 오히려 상당히 잘 다룬다고 느꼈다. 박 위원께서 말씀하신 대로 재기발랄한 기사를 쓰는 역량이 다른 부서에서도 연결되었으면 한다. 인상적이고 재미있는 문화부 기사를 쓴 기자 이름을 보면, 몇달 전까지만 해도 정치부 기자인 적도 있었다. 이 기자가 이런 기사도 쓸 수 있구나 생각했다.(웃음) 스포츠의 경우, 제목을 잘 단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문 스포츠신문보다 재미있고 기사를 읽고 싶게 만드는 제목들이 있었다. 이런 솜씨가 다른 면에도 발휘되면 좋지 않을까.
김미경 방탄소년단(BTS) 관련 기사와 관련해 이런 생각을 했다. 많은 기사 중 단순 정보 전달 기사의 비중이 높았다. 그런데 한겨레 독자들은 다른 기사를 보고 싶을 거라 본다. 그런 면에서 이런 기사를 재미있게 읽었다. 8월 기사인데 ‘BTS부터 주현미까지…코로나 팬데믹이 연 ‘신 디스코 시대’’로, 방탄소년단과 박진영의 새 노래를 함께 다뤘다. 우울한 코로나 시국에 신나는 디스코 장르가 세계적인 열풍인 현상을 재미있게 풀었다.
이런 바람도 있다. 10월8일치 ‘왜냐면’ 기고문 중 ‘한국문화의 ‘매직 서클’이 시작되다’가 인상적이었다. 라몬 파체코 파르도 부교수(킹스 칼리지 런던 국제관계학과)의 글로, 한국 영화·음악 산업의 성공이 다른 분야의 성공을 이끄는 선순환이 시작되었다는 내용이다. 이 글의 주제를 확대해서 외국인이 보는 한국 문화의 위치, 위상을 제대로 짚어주면 좋겠다.
김제선 보는 스포츠만이 아니라 체육 활동을 일상에 어떻게 접목하면 좋을지에 대한 기사가 있었으면 좋겠다. 단순한 스포츠 경기 관련 소식을 종이 신문으로 전달받는 의미가 줄어들고 있다. 이보다는 구조와 맥락, 일상 스포츠 접근 그리고 그 속에서 사회적 관계를 어떻게 만들까 하는 기획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문화 관련 기사로는 티브이 비평이 인상적이다. ‘이승한의 술탄 오브 더 티브이’의 최근 기사 중 10월17일치 ‘예능 <미쓰백>이 던진 화두―걸그룹 성공 확률 0.001%의 그늘 걷어내려면’을 이달의 좋은 기사로 꼭 추천하고 싶었다. 많은 아이돌이 등장하지만 0.001%만 성공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가 하는 내용인데, 독자가 어떻게 하면 해결을 도울 수 있을 것인지도 담았다. 티브이 비평이지만, 사회문제를 돌아보게 되는 좋은 칼럼이었다.
그리고 한겨레 북섹션 ‘책&생각’을 보니 좋은 책 소개와 함께 여러 기획 기사가 있더라. 한가지 희망이 있다면, 세상을 보는 시각의 변화와 관련된 담론을 다루는 기획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젠더 이슈, 플랫폼 노동자의 등장으로 인한 노동 유형의 변화 등을 쭉 훑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김미경 책을 다들 멀리하는 시대에 꾸준히 책을 소개하고 있는 북섹션을 한겨레가 유지하고 있다는 걸 칭찬하고 싶다.
강혜란 북섹션은 한겨레 문화면에서 유일하게 빼놓지 않고 읽는 지면이다.
홍성수 ‘책&생각’은 지면이 더 늘어나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한가지 제안하고 싶은 건, 신간 위주의 소개도 좋지만 한계가 있다. 일단 빨리 읽고, 빨리 써야 하니까. 그럼 기사의 질도 떨어지지 않을까? 책이라는 건 신간이라는 것이 다른 매체에 비해 의미가 크지 않으니 새 책에 집착하지 않고, 더 많은 책 관련 이야기를 다루면 내용이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
우태희 한겨레의 문화면과 스포츠면에 대해 느끼는 건 왠지 모르게 부족하다는 거다. 항상 아쉽다는 느낌이 든다. 사회 전반의 복잡한 이야기와 함께 머리를 식힐 수 있는 문화면 기사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지난 한달 치를 살펴보니 너무 다양한 주제가 적은 지면에 몰려 있었다. 문화면은 한면뿐이더라. 가수 김창완, 배우 유아인, 여성 지휘자 관련 기사 등을 재미있게 읽고 넘기면 다른 문화 기사도 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다음 면을 보는데 전면광고가 있는 경우가 많다. 스포츠면 기사도 사실 사진 빼고 나면 기사는 적다.
10월7일치 문현숙 선임기자의 ‘뉴스·시사까지 쪼개는 지상파, 판치는 ‘꼼수 중간광고’’라는 기사가 참 인상 깊었다. 중간광고를 꼼수를 부려가며 넣는 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는데, 문 선임기자께서 예리하게 파악해 보도해줬다. 중간광고를 도입할 수도 있겠지만, 시청 환경을 해치는 건 좋게 보이지 않는다. 독일은 중간광고를 도입했는데 하도 중간에 프로그램을 끊고 광고를 넣어서 시민들이 지쳤다더라. 다른 나라에서는 중간광고를 시작한다고 예고를 한다던데, 우리 광고 행태를 보면 예고도 없이 내보낸다. 이런 부분을 문 선임기자께서 더 예리하게 파고들어 보도해주셨으면 좋겠다.
TV비평 많고 수준 높아 인상적
방탄소년단 기사는 많아 보여
북섹션 꾸준한 유지 칭찬할 만
강혜란 한겨레 문화면을 보니 도서정가제, 지역 영화관, 독립영화 등 문화 다양성 측면에서 다뤄줘야 할 것을 잘 짚고 있다고 봤다. 여러 문화재 발굴 과정을 소개하는 기사도 흥미로웠고, 배리어프리 소식 등 사회적 약자가 관심 가질 만한 내용도 꼼꼼하게 담겨 있다. 꼭 필요한 주제를 다룰 뿐만 아니라 충실한 정보제공자 역할도 잘해주고 있더라.
지난 한달 문화면 기사를 좀 꼼꼼하게 살펴보면서는 이런 의문이 생겼다. 다양한 음악가의 이야기는 드물게 등장하고, 방탄소년단 기사는 유독 많을까? 국민적 관심이 많고, 뉴스가 계속 나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굳이 한겨레도 다른 언론이 다 다루는 이야기를 해야 할까? 문화 다양성을 넓히기 위한 노력을 하는 한겨레이니만큼, 이후 보도에선 다양한 음악가의 이야기를 다뤄주면 좋겠다.
홍성수 한겨레 문화·스포츠 기사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한겨레는 색깔이 있는 신문이고, 편집 방침이 있을 텐데 그것을 이 분야에서 어떻게 구현해나갈까? 지난 한달 기사를 살펴보니 한겨레다움을 담으려는 노력이 있는 기사와 아예 없는 기사가 있더라. 연예인의 사생활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에 관한 기사, 부동산 예능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은 보도는 한겨레다웠다. 의외였던 점은 티브이 프로그램 비평이 참 많더라. 김선영, 이승한, 황진미 칼럼니스트의 글과 남지은 기자가 쓴 기사도 수준이 참 높았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자면 유튜브가 중요한 매체가 되어가고 있는데, 이 분야도 평론이 필요하지 않을까?
다른 분들의 의견에 보태 한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다. 좀 급진적으로 생각해보면 문화·스포츠 뉴스, 특히 스포츠 관련 소식을 다 담아야 하나 싶다. 한겨레가 스포츠 기사도 재미있게 잘 쓰지만, 전문지에 비해 더 잘 쓰기는 어렵지 않을까? 지역 스포츠 리그도 많고 생활체육도 활성화되어 있는데, 이런 쪽에 비중을 더하거나 한겨레만 할 수 있는 내용에 초점을 맞추면 좋지 않을까? 모든 스포츠 뉴스를 다 소개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면 변화도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스포츠 폭력 등 이슈 파고들고
일상에 접목된 체육 다뤘으면
이재성 몇몇 위원께서 공통으로 이야기해주신 차별화, 한겨레다운 문화·스포츠 보도는 큰 숙제다. 이 분야는 단순 정보 전달 위주가 아닌 문화의 최신 경향과 함께 종합적이고 정제된 기사를 실으려 노력하고 있다. 한겨레 문화부는 적은 인원이지만, 구성원들의 노력 덕에 좋은 기사를 내고 있다. 특히 체육계 폭력 이슈는 단 3명의 스포츠팀 기자가 특종 기사와 기획 기사를 쏟아냈다.
주류 대중음악, 그중에서도 방탄소년단 기사가 너무 많다고 지적해주셨다. 제가 과거에 문화부 기자를 할 때는 아이돌 기사를 일부러 쓰지 않기도 했었다. 대중문화 영역의 가수보다는 다른 매체에서는 관심이 적은 인디음악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역할을 했던 거다. 그게 한겨레가 할 일이라 여겼다. 이제는 많이 달라졌다. 아이돌그룹 위주의 대중음악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서 뉴스가 나오고, 새로운 현상이 등장한다. 이런 부분은 적극적으로 보도하면서 흐름을 짚어주는 게 한겨레의 역할이라고 본다. 동시에 문화부 구성원에게 소외되거나 잘 조명하지 않는 대상에 대해 늘 신경쓰고 배려해야 한다고 항상 강조하고 있다. 위원들, 독자께서 바라는 좋은 기사를 선보일 수 있게 노력하겠다.
정리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녹취 설선정
열린편집위가 뽑은 ‘이달의 좋은 기사’
8기 열린편집위원들은 2020년 9~10월의 좋은 기사 후보작으로 12편의 기사를 추천했다. 위원들에게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기사는 ‘정치바(BAR)―이지혜의 지혜로운 국회생활’ 코너의 ‘“내 삶 사는데” 장관 남편의 마이웨이…공직자 가족 사회적 책임은 어디까지’였다. 이 기사를 추천한 박영흠 위원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 출국 관련 논란은 한국 사회의 정치적 논쟁의 한계가 많이 작용한 이슈였는데, 그 한계를 잘 보여주면서도 논의의 지평과 수준을 높여줬다”고 말했다. 아쉽게 이달의 좋은 기사에 선정되지 못한 기사로는 ‘한겨레 아카이브 프로젝트―시간의 극장’ 가운데 제18화 ‘고대 이대축제 난입’ 편이 있었다. 위원들은 “과거의 일을 보여주는 데서 끝나지 않고 새로운 관점과 해석을 담아 오늘날 새로운 의미를 제시하는 방식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1. [정치바―이지혜의 지혜로운 국회생활] “내 삶 사는데” 장관 남편의 마이웨이…공직자 가족 사회적 책임은 어디까지
정치부 이지혜 기자
심사평: “정치부 기사의 틀을 깨 신선하다. 정치인의 말만 전하는 데 그치지 않는, 이런 기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2. 10년 전 20대 청년 추락한 용광로…‘그 쇳물은 쓰이지 않았다’
미디어전략부 임지선 기자
심사평: “가장 처참했던 한 노동자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왜 필요한지 알려주는 기사.”
3. 국감 때 도공 비리의혹 들춘 박덕흠…간사 되자 수백억 공사 수주
전국부 오승훈 기자
심사평: “발로 뛴, 진짜 단독다운 단독 기사!”
4. [기획―싹트는 연대 소비] 고사 직전 작은 가게들 살아난다…“고마워요 선결제”
산업부 박수지 김윤주 신민정 김재섭 기자
심사평: “코로나19로 자영업자가 여전히 힘들겠지만, ‘연대 소비’라는 작은 희망이나마 발견할 수 있어 반가웠다.”
5. ‘거리 두어진 사람들’의 비명 “우리의 위험은 불평등하다”
토요판부 이문영 기자
심사평: “<인권 중심 코로나19 시민백서>가 있다는 걸 알려줘 고마웠고, 이런 백서를 만든 이들에겐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6. [이승한의 술탄 오브 더 티브이] 걸그룹 성공 확률 0.001%의 그늘 걷어내려면
이승한 티브이 칼럼니스트
심사평: “케이팝의 그늘을 주목하고, 그 맥락을 담담하게 전하면서도 시민들이 할 수 있는 걸 생각하게 만든 글.”
이정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