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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북한 공책 공장’ 과 ‘한반도 평화 심포지엄’

등록 2006-01-20 17:26

[제2창간] 민족화해의 디딤돌로 만들겠습니다
‘북한에 오는 10월 완공 예정으로 건립하는 어린이 공책공장’과 ‘부산에서 오는 11월에 열리는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한 국제 심포지엄.’

<한겨레>가 지난 1월1일 밝힌 독자들과의 올해 10가지 약속 가운데 일부입니다. 언뜻 보아서는 두 약속이 관계가 없는 것 같죠. 하지만 이 두 가지 약속은,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맡은 사업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두 가지 일의 성격이 판이하게 달라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일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겠느냐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두 사업의 성격은 깊게 연결돼 있습니다.

먼저 한겨레통일문화재단에 대해 설명드려야겠네요.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사장 변형윤)은 1997년에 설립된 ‘국민 재단’입니다. 독지가 고 김철호 선생이 ‘분단 희생자 위령사업’에 써 달라고 현금 5억원과 지리산 근처인 전남 구례에 ‘민족통일공원’ 땅 1만2천평을 기증하신 게 씨앗이 됐습니다.

김 선생은 이 ‘민족통일공원’에 지리산에 흩어져 있는 빨치산과 토벌대의 유골을 찾아 모신 뒤 그 영혼을 위령하는 사업을 준비해 오셨습니다. 평소 “뼈에는 색깔이 없다”는 말을 신념처럼 하시던 고인은 빨치산과 토벌대를 ‘우리 민족의 분단’을 상징하는 존재로 여기신 것입니다. 하지만 김철호 선생은 병환으로 사업을 계속하시기 어려워지자 ‘분단 희생자 위령사업’을 한겨레에 부탁하셨습니다. 한겨레는 이에 국민 캠페인을 벌였고, 총 3만2천분이 정성을 보태주셨습니다. 그 정성이 모인 곳이 한겨레통일문화재단입니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은 이런 국민 모금의 정신을 이어받아 남북 교류와 긴장완화를 위한 사업에 힘써왔습니다. 남북의 적대관계가 계속되는 한 우리 민족 구성원 모두 ‘분단 희생자’일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재단은 이에 따라 그동안 제1회 윤이상 통일음악회(1998년 평양 개최)와 평양 교예단 서울 공연(2000년) 등 남북 화해를 선도하는 사업을 벌여왔습니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올해 북한에 세우려는 ‘어린이 공책공장’은 이런 민족 화해 사업을 한 단계 전진시킨 것입니다. 현재 북한 어린이들은 심각한 물자 부족으로 제대로 된 공책도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상태라면 남북 교육 격차가 더욱 커질 것입니다. 재단은 이에 따라 북한 어린이에게 공부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북한 인권 사업’이고 ‘남북 교류 사업’이라고 판단해 올해 북한 공책공장 건립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입니다. 재단은 2월 초 북한과 구체적인 건립장소 등을 합의한 뒤 3월부터 각 단체들과 뜻을 모아 건립 운동을 벌일 계획입니다. 그리고 오는 10월부터는 공장을 본격적으로 돌려서 북한 어린이에게 남녘 동포들의 사랑이 담긴 공책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부산에서 오는 11월에 여는 국제 심포지엄은 ‘우리 민족의 분단 극복 문제’를 여러 나라 지식인, 시민사회 활동가, 정책 입안자들과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공책 공장 사업을 통해 남북 교류사업을 강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진정한 민족 통합과 번영으로 나아가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사실 우리 민족의 분단은 그 연원부터가 강대국의 세력싸움이 결정적 영향을 주었고, 지금 진행되는 ‘6자 회담’ 등에서도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의 힘이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민족의 통일과 평화가 세계 평화에 어떤 영향을 주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세계인들과 논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한겨레는 이런 작업이 특히 민간 차원에서 이루어질 때 더욱 효과가 크다고 판단해, ‘한반도 평화 해법’을 찾는 이 국제심포지엄을 10년 남짓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런 안팎의 노력이 어우러질 때 우리 민족은 ‘분단 희생자’에서 ‘평화 전파자’로 세계에 재인식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은 동전의 앞뒷면과도 같은 이 두 사업을 국민들의 참여 속에서 벌여나갈 계획입니다.


김보근/한겨레통일문화재단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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