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한국위원회 가입 70돌 기념
‘글로벌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대회’
‘허위정보에 저항하다’ 주제로 5일간
26일 온라인으로 개막…기조연설 맡아
스스로 학습 ‘디지털 원주민’ 회의적
“부모는 뒤에서 ‘감시’ 말고 도와줘야”
‘글로벌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대회’
‘허위정보에 저항하다’ 주제로 5일간
26일 온라인으로 개막…기조연설 맡아
스스로 학습 ‘디지털 원주민’ 회의적
“부모는 뒤에서 ‘감시’ 말고 도와줘야”
[짬]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 헨리 젱킨스 교수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올해 가입 70돌을 맞아 유네스코가 해마다 10월 마지막 주에 개최하는 ‘글로벌 미디어·정보 리터러시(해독력) 대회’를 26일부터 30일까지 서울에서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올해 주제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디스인포데믹(허위정보 범람현상)에 저항하다: 모두를 위한, 모두에 의한 미디어·정보 리터러시’이다.
이번 대회 개막 기조연설을 맡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의 헨리 젱킨스(사진) 교수를 이메일로 미리 인터뷰했다. 젱킨스 교수는 <컨버전스 컬처> 등의 저서를 통해, 오늘날의 미디어 융합과 이용자 참여 문화를 예견해온 저명 미디어학자다. 그는 온라인 비대면 교육 확대로 집단간 격차가 커지는 현상에 대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없이 온라인 교육을 시행하는 것은 일종의 범죄행위”라고 역설했다.
구본권 선임기자
―문해교육을 펼쳐온 유네스코가 올해 주제를 ‘허위정보에 저항하다’로 정한 까닭은?
“허위정보는 많은 민주주의 국가를 위협하는 중요한 문제다. 일상에서 시민들이 허위정보를 퍼뜨리고 젊은이들은 소셜미디어로 정보 대부분을 이용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 모든 시민이 각자 유포하는 정보에 대해 좀 더 주의를 기울이고 책임을 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정보의 신뢰성을 검증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가 도움을 줄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보전염병’을 경고할 정도로 코로나19 허위정보가 넘친다. 왜 더 오래 교육받고 정보검증 도구가 있는 상황에서 허위정보 피해가 커지는가?
“우리는 집단적으로 정보를 검증하는 사회적 체계라는 수단을 갖고 있지만, 일반 시민이 이러한 도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점 때문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이용하는 젊은 세대는 서로의 필터가 되어 중요하다고 여기는 정보를 공유한다. 다양한 출처의 정보가 뒤섞여 이용되지만 원래 출처를 알기란 더 어려워진다. 정치 지도자들이 어떤 정보가 흥미롭거나 지지자들이 공유한다는 이유만으로, 검증도 없이 허위정보를 유포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이처럼 빠르게 넘쳐나는 정보흐름 속에서 식별능력을 갖추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디지털 미디어 이용시간이 늘어나면서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데.
“코로나 격리로 미디어 이용시간(스크린타임) 논쟁이 끝났다. 미디어 이용시간이 아니라 미디어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금 하루 대부분은 미디어로 일과 교육, 오락까지 수행하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가 사람들을 고립시키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부족하게 한다고 탓해왔지만, 오늘날 우리는 디지털 도구에 의존해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등교가 중단되고 온라인 교육으로 대체되면서, 학생들 간의 학력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온라인 교육의 확산에 따른 문제는?
“나를 비롯한 이 분야 연구자들은 20년 전부터 이 문제를 말해왔다. 디지털 미디어의 장점을 활용하는 다양한 교육적 방법과 활동을 개발해야 하고 이를 가르칠 교사들을 위한 전문교육이 필요하다고 역설해왔다. 온라인 교육에서 핵심은 미디어 리터러시다. 미디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해서 그 작동 구조와 영향력을 자동으로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젊은 세대는 온라인에서 직면하는 복잡한 사회적·윤리적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제대로 도움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키우지 않은 채 온라인 교육을 개설하는 것은 일종의 범죄에 가깝다.”
―‘참여문화’를 강조해왔는데, 이는 자연적으로 미디어 이용 도중 습득하게 되는 역량인가 아니면 교육이 필요한가?
“젊은이들이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필요한 능력을 스스로 학습한다는 ‘디지털 원주민’ 개념은 거짓된 신화다. 아이들은 여전히 성인들의 지도를 받아야 하고, 어른들은 아이들이 자라면서 만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과 리터러시 능력을 갖추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아이들을 방임하는 것도, 감시하는 것도 잘못된 방법이다. 부모는 아이들 어깨너머 감시하지 말고 뒷모습을 지켜보며 도움을 주는 게 필요하다.”
―당신의 저서 <컨버전스 컬처>에서 미디어 기술보다 이용자의 주체적이고 능동적 역량을 강조했지만 오늘날엔 정보기술기업들의 ‘보이지 않는 알고리즘’의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있는데?
“알고리즘 조작은 중대한 문제로,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과 역할을 이해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보이지 않는 적에 맞서 집단행동을 할 수는 없다. 미디어 리터러시만으로 충분치 않다. 우리 생활에 악영향을 끼치는 정부나 기업의 정책을 바꿀 수 있도록 집단적인 행동을 하는 게 필요하다. 알고리즘을 없애진 못하지만 우리 사생활을 보호하고 좀 더 투명성을 보장하는 안전장치를 구축할 수 있다. 교육받은 시민들의 힘으로 가능한 목표다.”
starry9@hani.co.kr, 사진 젱킨스 교수 제공
연재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