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창간 20돌 맞은 ‘통일뉴스’ 이계환 대표
노동운동을 거쳐 2000년 <통일뉴스>를 창간해 20년간 이끌어온 이계환 대표가 지난 23일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통일뉴스 제공
냉전 시각 깨고 대북 균형보도 지향
한때 조선륙일오편집사와 기사 제휴
‘오익제 평양 인터뷰’ 등 방북취재도
“통일문제 시민권·발언권 확보 기여” 30일 서울 프레스센터 창간 기념행사 “지난 20년을 되돌아보면 ‘공7 과3’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그의 말 속에서는 그동안 이뤄낸 성과에 대한 자부심과 더불어 출범 때 목표를 다 이루지 못한 아쉬움도 묻어난다. 이 대표는 애초 노동운동가였다. 1977년 연세대 철학과에 입학한 그는 학생운동을 거쳐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결성 2년 뒤인 1997년 합법화하면서, 서서히 통일 분야로 관심을 넓혀 갔. 노동운동은 합법화를 통해 시민권을 얻어가고 있었던 데 반해, 통일운동은 여전히 반공주의적 사회 분위기 속에 눌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이런 고민과 준비 덕에 <통일뉴스>는 6·15 선언 직후 창간할 수 있었다. “창간 이래 <통일뉴스>는 매년 매시기마다 남북공동 행사를 빠짐없이 취재해 왔습니다. 이 과정 속에서 북쪽 조선륙일오편집사와 기사 제휴를 맺었고, 마침내 2006~09년에는 여러 차례 단독 방북 취재도 성사시켰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2010년 천안함 피폭 사건을 빌미로 자체 대북 제재 조처인 ‘5·24 조치’를 내리기 전까지는 조선륙일오편집사와 이메일과 웹하드로 직접 소식을 주고받고 기사 교류도 했다. <통일뉴스>의 이런 남북 언론 교류와 북한 현지 단독 취재는 남쪽 언론들의 ‘아니면 말고식’ 북한 보도에 경각심을 심어주기도 했다. 2008년 12월 평양에서 오익제 전 천도교 교령을 단독 취재한 기사가 대표적이다. 남한에서 천도교 교령을 지낸 뒤 1997년 8월15일 북한으로 망명한 오 전 교령과 관련해 <신동아>는 2008년 10월호에서 ‘북한에 의한 납치설’을 제기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이에 <통일뉴스>는 곧바로 본인과의 직접 인터뷰를 통해 ‘오보’를 바로잡은 것이다. 이런 전문적인 취재 경험이 쌓이면서 남북 회담 때 방북하는 정부 관계자에게 <통일뉴스>의 기자가 북한쪽 협상 대상자에 대해 설명해 준 적도 있었단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10년 사이 남북 교류가 단절되다시피 하면서 <통일뉴스> 보도 역시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었던 한계도 있었다. 이 대표는 “북한 붕괴론 등 남한 사회의 잘못된 대북 인식을 제대로 바로잡지 못한 것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2017년 촛불혁명으로 등장한 문재인 정부에서도 남북관계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 상황 또한 아쉬워했다. 그는 “<통일뉴스>는 창간 20돌을 맞아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 장기적으로 민족화해와 민족공조를 넘어서 민족통일의 소식을 전하는 ‘통일시대 언론’으로 커나가겠다는 비전을 세우고 있다”고 말한다. 이 대표는 남과 북이 통일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통일담론’ 개발과 ‘통일방안’ 마련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민족문제·통일문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6·15 공동선언 2항에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는 통일방안을 논의한 반면, 그 이후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는 남북 통일이 아닌 한반도 평화 수준의 담론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남북관계가 큰 진전을 이루려면 ‘통일’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일뉴스>가 이런 상황에서 기사와 기고 등을 통해 통일담론과 통일방안 논의를 활성화시키도록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30일 오후 4시30분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창간 20돌 기념식이 열린다. (02)6272-0182.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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