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개국 9년 평가와 과제]
콘텐츠 재활용·논조 확대 재생산
신-방 겸영, 영향력 증폭 현실로
콘텐츠 재활용·논조 확대 재생산
신-방 겸영, 영향력 증폭 현실로
유력 보수 신문사인 조선·중앙·동아·매일경제 등이 최대주주로 종편까지 겸영하면서 보수여론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종편 도입을 위해 신문·방송 겸영을 금지한 기존의 법 개정을 강행할 땐 다양한 콘텐츠를 통한 방송산업 활성화와 여론 다양성 증대를 명목으로 내세웠으나, 현실은 되레 여론 독과점만 강화하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은 셈이다.
신문사와 종편은 서로 다른 독립회사지만, 실제론 파견식 인사 교류와 콘텐츠 공유 등을 통해 서로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특정 의제에 관해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티브이 프로그램 소개 꼭지에서 날마다 티브이조선 콘텐츠만 주요하게 소개하고, 예능프로그램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을 띄우기 위해 대대적으로 기사를 펼쳐 썼다. 동아일보도 항상 채널에이 프로그램을 사진으로 집중 홍보한다. 매일경제는 2면에서 그날의 엠비엔 프로그램을 안내한다.
종편들은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등 주요 국면마다 관계사 신문 논조에 발맞춰 안건을 확대재생산하는 경우가 많고, 이를 위해 관계사 신문기자를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동원하고 있다. 종편이 최대주주 관계사인 신문을 자주 인용하는 폐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심지어 오보까지 그대로 따라 하다 방심위의 중징계를 부르기도 했다. 티브이조선은 지난 3월 방송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보건소에서 검사를 거부당했다’는 내용의 조선일보 오보를 확인 없이 여러 차례 인용해 방심위에서 법정제재인 ‘주의’를 받았다.
이용성 한서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종이신문이 방송을 소유하면 사회적 영향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는데 사실로 입증되고 있다. 종편이 시사토크쇼에서 보수세력을 결집하고, 신문이 이런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역할을 하는 등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여론을 증폭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유튜브까지 가세해 삼각 편대로 여론몰이에 나서는 최근의 현상에도 주목했다. 그는 “종편 패널로 나왔던 정치평론가 등이 별도의 유튜브 채널로 옮겨 또 다른 상호작용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종편 승인 당시 신문·방송 겸영 사업자의 여론 독과점을 막기 위해 일간신문의 구독률을 매체 교환율로 환산해 합산하는 ‘시청점유율 30% 제한’ 제도를 도입했으나, 그 기준이 너무 높아 아직 어떤 방송사도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한계도 있다. 방통위가 지난 9월 발표한 ‘2019년 방송사업자 시청점유율 산정결과’를 보면, 지상파는 시청점유율이 모두 떨어졌으나 종편은 제이티비시를 제외하곤 점유율이 모두 늘었다. 심지어 조선일보 구독률 환산을 반영한 티브이조선의 시청점유율은 9.683%로 에스비에스(8.026%)를 앞질렀다.
최우정 계명대 교수(경찰행정학)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 사주로부터 편집권 독립 등이 제도화돼야 한다. 거대 언론의 사주가 개혁을 거부하고 신문·방송으로 의제를 확대해도 내부 방어기제가 작동하는 올바른 저널리즘이 있다면 지금처럼 휘둘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방통위도 지난달 종편 재승인 심의에서 “소유·경영 분리를 통한 방송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최대주주 관계사 소속 기자의 파견 해소에 적극 노력하라”고 권고했다. 특히 파견 인력 숫자와 방식 등에서 심각성이 드러난 제이티비시에는 중앙일보 소속 기자의 파견 해소 방안을 3개월 안에 제출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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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society/media/97240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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