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대 현실화·경품 근절로 출혈경쟁 뿌리뽑아야”
신문사 전 지국장 박정수씨의 죽음(한겨레 25일치 10면)에 대해 언론 노조·단체들과 지국장들은 “결국 올 것이 왔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신문 판촉전쟁이 부른 불합리하고 고통스런 사정은 다만 박씨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열린 ‘신문 불법판촉 강요행위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은 신문사와 지국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공정한 내용의 표준 약관이 필요하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신문고시에 따라 본사의 불법·부당한 행위를 철저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5년 9월 지국 계약을 해지당한 심윤택 동아일보사 전 북가좌 지국장은 “박씨처럼 1200부 정도를 배달했는데, 본사에서 651부의 ‘뜬 부수’ 지대(신문대금)까지 요구해 21개월 동안 모두 5777만9250원을 추가로 냈으며, 본사가 약속한 확장수당 5115만원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뜬 부수’란 본사가 지국에 요구하는 지대에는 포함됐으나 실제 유가로 배달되지 않는 부수를 말한다.
또 지국장들의 조합인 신문판매연대의 김동조 위원장은 “빚으로 부수를 확장하고 지대를 내 파산 직전에 있거나 신용불량자가 된 지국장들이 셀 수 없이 많다”며 자신도 지국 운영하면서 1억원의 빚을 져 결국 신용불량자가 됐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부수가 줄어들었을 때 지국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대표적 불공정 조항”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사 본사와 지국간의 불공정한 계약은 잘못된 신문시장 구조에서 나온다. 신문판매연대의 한상진 정책실장은 “본사는 가장 중요한 광고수입에 직결되는 부수유지를 계약의 핵심으로 하고, 이를 유지하지 못하는 지국을 접수할 수 있도록 약정서에 공증까지 받아놓는다”며 “지국장들은 자신의 확장비가 투자된 지국을 헐값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빚을 내 다시 부수 확장에 나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이강훈 신문판매연대 자문 변호사는 “무리한 확장비용과 부수 증대를 독려하기 위해 지대를 세게 매기는 관행이 지국을 부실하게 하는 원인”이라며, “신문사는 지대를 현실화하고, 공정위는 경품을 근절시키는 것이 과잉 경쟁 상태를 푸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경품·무가지를 이용한 부수 확장은 1995년 <중앙일보>의 조간 전환으로 인한 출혈경쟁과 90년대 중반 이후 인터넷의 보급이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언론계에서는 부수 확장을 위한 지나친 경쟁 자체를 막아야 한다고 말한다.
신문유통원 관계자는 “부수확장을 지국과 시장에 맡기고 실제 부수만큼만 지대를 받아가는 자율증감제가 필요하다”며 “다만 부수 유지·확장을 위해 인센티브제는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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