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종편) <엠비엔>(MBN)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재승인 조건 가운데 몇 가지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일부 받아들였다.
24일 서울행정법원은 행정11부(재판장 강우찬)는 엠비엔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방송채널사용사업 재승인처분의 일부 부관 효력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방통위는 지난해 11월 엠비엔의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하면서 17가지 조건과 5가지 권고사항을 제시한 바 있다. 엠비엔은 17가지 조건 가운데 3가지 조건에 불복하여, 이를 취소해달라는 본안 소송과 가처분 신청을 함께 냈다. 엠비엔이 소송을 낸 3가지 조건은 아래 10번, 13번, 15번이다.
▲방통위가 부과한 17개 재승인 조건 가운데 소송 대상이 된 3개 조건 내용 요약
10. 업무정지 행정처분으로 ㈜매일방송에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 최대주주가 경제적 책임을 지는 방안과 동 처분과 관련된 대표이사 및 임직원 당사자가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
13. 대표이사는 방송전문경영인으로 선임하되 정관 제36조 제2항에 따른 공모제도를 시행하여 선임할 것. 또한, 종사자 대표를 공모 심사위원에 포함하고 대표이사의 독립적인 경영과 의사결정을 보장하는 제도를 마련하여 시행할 것.
15. 2020년도 소각한 자기주식 금액 이상으로 자본금을 증가시키는 방안을 재승인을 받은 후 6개월 이내에 방송통신위원회와 협의하여 마련할 것.
재판부는 이 가운데 10번과 13번 조건의 효력을 일시 정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정지 기간은 본안 소송의 판결이 나는 날부터 30일이 될 때까지다. 재판부는 “10번, 13번 조건은 그 효력으로 인하여 엠비엔에 회복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이를 예방하기 위해 그 효력을 정지할 긴급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고, 달리 효력정지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15번 조건의 효력을 멈춰달라는 엠비엔의 신청은 기각됐다. 10번, 13번 조건과 달리 손해 발생 우려나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엠비엔지부가 서울 중구 엠비엔 사옥 앞에서 '사외이사 날치기 선임 규탄 및 사장 공모제 시행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 제공
방통위가 엠비엔에 부과한 재승인 조건은 엠비엔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고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경영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엠비엔은 종편 출범 당시 자본금 차명 충당 등 불법행위를 벌인 일로 경영진 일부가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엠비엔은 지난 19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임원을 대표이사로 재선임하고, ‘날치기 논란’이 있는 사외이사 선임도 강행했다.(
▶관련기사 보러가기). 엠비엔 노조는 이날 낸 성명에서 “방통위가 부과한 재승인 조건의 핵심은 종합편성채널 출범 당시 불법 자본금 충당 같은 불법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대주주의 제왕적 권력에 대한 견제 장치를 만들라는 것”이라며 엠비엔 사 쪽의 불복 소송 철회와 사장 공모제 시행을 촉구한 바 있다.
방통위는 법원의 결정이 나온 뒤 입장문을 내고 “법무부와 협의하여 즉시항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승인) 조건들 모두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 등의 이행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이번 일부 효력정지로 인해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 및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조건부 재승인 처분의 취지가 퇴색하는 등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다”는 이유에서다.
김효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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