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롯데장학재단 허성관 이사장
지난 2월 25일 롯데장학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허성관 이사장. 김보근 선임기자
2018년부터 재단 맡아 ‘상생’ 사업 추진
2020년 ‘독립유공자 후손 장학사업’
증손자·외손자·국외 후손들도 발굴
‘남북동질성 회복 학술연구’ 지원도 “억울한 사람 없도록 살펴야 나라 발전” 허 이사장은 ‘상생’을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므로 “현재 독립투사들 후손 중 상당수가 가난하게 사는 것은 상생에 어긋나는 것”이다. 독립투쟁에 모든 것을 바친 사람들이 광복 뒤 제일 존중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억울한 일’이다. 억울한 사람이 많을수록 나라의 발전을 위해 애쓰는 마음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상생을 이루지 못한 나라가 장기적으로 발전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독립운동 관련 훈장을 받은 분들의 후손만을 지원 대상으로 선정했어요. 또 증손자 1명만 지급하고, 외손자에게는 안줍니다. 더욱이 외국에 있는 후손들은 거의 고려대상이 아닙니다.” 롯데장학재단은 독립투사 후손들의 억울함을 풀어준다는 취지에서 지원 대상을 크게 넓혔다. 증손자뿐만 아니라 고손자도 대상에 넣고, 친손자뿐 아니라 외손자도 포함시켰다. 또 중국과 중앙아시아를 비롯해 국외에 거주하는 후손들도 수급 대상자로 선정했다. 이런 방식으로 첫해인 2020년에는 40명에게 600만원씩을 지원했고, 2021년에는 47명으로 늘렸다. 올해는 장학금 수혜자를 50명으로 더욱 늘릴 계획이다. “장학금을 받은 후손들을 만나 보면, 하나 하나가 눈물겹지 않은 사연이 없었습니다.” 허 이사장은 “현재 쿠바, 호주, 오스트리아, 중국, 러시아 연해주 등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독립투사 후손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는데, 이들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민화협의 전문역량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국외 네트워크가 강한 민화협이 각국 한인회에 이메일을 보내는 등 활발히 홍보활동을 함으로써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사연 등을 포함해 많은 후손들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프로젝트인 ‘남북한 동질성 회복을 위한 학술연구 지원 사업’은 ‘남북 상생’을 목표로 한다. 허 이사장은 “우리 사회에는 북한을 타도의 대상으로 보는 사람들과 관리의 대상으로 보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면서 “만약 북한을 타도하게 된다면 엄청난 후유증이 발생한다는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결국 평화공존을 위해 전쟁위험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를 알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 동질성을 회복해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술연구 지원 사업’이 지금까지 남북 관계에서 많이 다루어왔던 정치·경제·군사 영역이 아닌 역사·문화·종교·예술·산림 등 인문사회·문화예술·자연과학 분야를 대상으로 하는 것도 동질성 회복과 관련이 크다. 재단은 석·박사급 연구자 총 22팀을 선발해 석사급에 500만원과 박사급에 70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한다. 허 이사장은 “그동안 남북한의 조림사업 협력 문제나 북한 춤과 우리 춤을 비교한 논문 등 참 재미있는 논문들이 많이 나왔다”면서 “이런 영역들이 정치·경제·군사 영역보다 민족이 서로 알고 결합해나가는 데 더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상생’ 키워드의 두 사업을 함께 진행하는 허 이사장은 올해는 두 사업을 연결하는 꿈을 새롭게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북한에 사는 독립 유공자 후손들을 발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립운동하셨던 분들 중에 고향이 북한인 사람들도 있지요. 만일 이런 분들의 후손을 찾아 장학금을 줄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그는 “사업의 실행을 담당한 민화협에서도 노력해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면서 이를 통해 두 사업이 남북 관계가 평화라는 기반 위에 다져지는 데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재단은 오는 13일(학술 지원사업)과 15일(독립유공자 후손 장학사업)까지 지원자를 모집하고 있으며, 자세한 사항은 민화협 누리집(kcrc.or.kr)를 참고하면 된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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