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새 청구 건수 4배 이상 늘자
“시민단체 이사회 의결서 제출을”
훈령 개정해 청구 주체 요건 강화
“바람직한 일을 장려는 못할 망정”
시민단체들 ‘행정 편의주의’ 지적
“시민단체 이사회 의결서 제출을”
훈령 개정해 청구 주체 요건 강화
“바람직한 일을 장려는 못할 망정”
시민단체들 ‘행정 편의주의’ 지적
감사원이 시민단체의 공익감사 청구 남발을 막는다는 이유로 시민단체의 내부 회의록 제출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감사원이 “권위적 탁상행정으로 불필요한 요건을 만들었다”고 반발하고 있다.
시민들이 정부 부처 등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요구하는 감사는 부패방지법에 근거를 둔 국민감사청구제도를 기본으로 하는데, 19살 이상 국민 300명이 연명을 통해 할 수 있다. 감사원 훈령을 통해 운영되는 공익감사청구제도는 이 국민감사청구제도를 보완하는 것으로, 시민들은 물론 구성원 300명 이상인 시민단체와 감사 대상 기관의 장, 지방의회 등이 청구할 수 있다.
감사원은 지난 5월19일 내부 규정인 감사원 훈령을 바꾼 데 이어, 6월24일에는 ‘감사원 발전 방안’을 통해 “최근 정치적 논란 사안이나 인허가 요구 등 특정 이익을 위한 민원성 청구가 늘고 있다. 공익감사 청구 때 청구 주체 요건을 강화해 시민단체의 이사회 의결서를 제출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단체가 내부의 대표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를 통해 감사 청구 내용을 의결했는지를 확인하는 ‘거름망’을 만든 것이다.
시민단체가 제기한 공익감사 청구 건수는 2002년 40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84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반면 감사원의 감사 청구 수용 여부를 보여주는 인용률은 1996년부터 2006년까지 10년간 평균 71.3%를 기록했다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는 평균 29.7%로 급감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원 인원이 한정돼 있는데도 공익감사 청구가 늘면서 처리가 지연된다는 얘기가 있었다. 감사 청구 처리의 신속성을 도모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반면 공익감사 청구 건수가 늘어나는 것은 “오히려 장려해야 할 일”이라는 게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21일 “참여연대의 경우 1년에 10여건의 공익감사 청구를 하고 있지만, 매번 이사회 회의록을 제출하는 것도 번거로운 일인데다 원칙상 정부에 제출해서는 안 될 민간단체 회의록을 정부 기관에 제출해야 한다는 것도 부당한 일”이라고 말했다.
공익감사 청구 요건이 이미 ‘아무나’ 제기하기 힘들 만큼 충분히 까다롭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익감사 청구를 하는 시민단체는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법의 요건을 갖추고 상시 구성원 수가 300명 이상이면서 공익을 추구하는 단체여야 한다. 관련 법은 비영리 민간단체를 “사업의 직접 수혜자가 불특정 다수이면서 구성원 상호 간에 이익 분배를 하지 않고 특정 정당이나 선출직 후보, 특정 종교를 지지·지원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근 1년 동안 공익활동을 했다는 실적도 필요하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감사 청구 건수가 늘어나는 건 바람직한 일인데도, 감사원이 청구 요건을 강화한 것은 결국 행정편의주의적 사고다. 시민단체와 최소한의 소통이 없었던 대목도 아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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