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대륙학교’ 초대 교장 선생님 정세현 전 장관
중단된 ‘남북철도잇기’ 목표로 운영
새달 21일부터 3개월 과정…연해주 연수도 황석영·유홍준·박재동·김제동·권해효
실천가·이론가 망라 ‘스타강사’ 출동
“남북교류 복원의 시작·통일의 출발” 그는 올초 ‘대륙학교 교장 선생님’ 제안을 처음 받았을 때 “안하면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학교의 취지가 평소 남북철도 연결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자신의 소신과 딱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남북철도 연결이야말로 통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그가 보기에 통일은 “남북한 경제공동체가 상당한 정도로 심화된 뒤에야 가능한 일”이다. 철도는 그 남북한 경제공동체를 구성하는 핵심이다. 철도를 통해 사람과 물자가 오가면 남북경제는 상호의존성이 커져 빠르게 경제공동체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남북철도 연결은 북한과 만주, 연해주, 시베리아 등 ‘블루오션’과 한국 경제를 연결시켜 이끌어줄 동력이다. 정 교장은 “분단된 남한 땅에 발을 디디고 있지만, 머리로는 만주와 시베리아 대륙으로 향하는 상상력을 키워야만 한다”고 말한다. 상상으로라도 늘 생각을 하고 있어야 “현재 사실상 섬으로 전락한 남한을 대륙과 연결시키는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더욱이 그는 2002년 1월 통일부장관을 맡자마자 첫 사업으로 중단상태였던 남북 철도연결 사업을 다시 시작하게 만든 개인적인 인연도 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상상력마저 막힌 암흑기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남북 교류가 현실적으로 막히자 꿈꾸는 능력마저 약해진 것이다. 정 교장은 차기 정권에서 남북교류 재개는 “대륙을 꿈꾸는 능력을 복원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믿는다. 바로 대륙학교를 통해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이다. 대륙학교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인문학과 통일의 결합’이다. 정 교장은 이를 “‘실천적 이론가’와 ‘논리적 실천가’들이 함께 공부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정리한다. “고 신영복 선생이 지난 2009년 설립한 인문학습원에서는 ‘전문경영인(CEO)과 함께 하는 인문공부’를 16기째 진행하는 등 인문학적 통찰력을 다져왔다.” 인문학교를 수강한 시이오들은 지역의 시민사회 활동이나 지역언론에도 관심을 가지고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들었다. 이런 ‘실천적 이론가’들이 대륙학교 수강생의 한 축이다. 실제로 학교에서는 “남북철도 연결로 남북경제 교류가 활성화되면 이들 기업인들의 활약이 클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실천적 이론가들’에다가 ‘기다리다 목빠진 역장’ 등 희망래일이 펼치고 있는 남북철도 연결운동에 관심을 보여온 ‘논리적 실천가’들이 결합하면서 대륙을 꿈꿀 수 있는 새로운 기운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대륙학교쪽의 설명이다. ‘실천적 이론가’와 ‘논리적 이론가’들이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륙학교의 새로움은 강사들의 면면에서도 나타난다. 방송인 김제동씨나 ‘한겨레 그림판’을 처음 맡아 만평의 새 경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박재동 화백(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등은 ‘통일운동’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김씨는 여러 강연에서 “우리나라가 섬나라 아닌 섬나라가 돼 있다”고 지적하는 등 현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많은 제안을 하기도 했다. 박 화백도 ‘교육’과 함께 ‘통일’을 ‘일생의 두 화두’로 삼고 있다고 한다. 이들을 비롯해 다른 강사들도 ‘새로운 시각에서 본 통일 이야기’를 함으로써 ‘대륙을 꿈꾸는 새로운 상상력’에 불을 붙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대륙학교 1기에서는 특히 4월14~16일 러시아 연해주로 연수를 다녀올 계획이다. 연수 코스에는 블라디보스토크와 고려인이 많이 사는 우수리스크, 그리고 북녘땅이 한눈에 보이는 러시아 하산 지역 답사까지 포함돼 있다. 대륙학교 관계자는 “연해주라고 하면 심리적 거리감이 멀게 느껴지지만 비행기로 불과 2시간 거리”라며 대륙과의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는 여행이 될 것이라고 밝힌다. 정 교장님은 한발 더 나아간다. “2005년에 이미 연결된 남북철도를 이용하면 고속철도(KTX) 속도 기준으로 서울에서 연해주까지 3시간이면 능히 갈 수 있는 거리입니다. 오는 4월 연해주 연수가 기차를 타고 대륙으로 가는 그날을 꿈꾸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02)323-5778. 글·사진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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