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자인 황성주 원장이 졸업자인 필리핀의 카를로 클라린을 초청해 지난 15일 서울 강남 털털모발이식클리닉에서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지난 주말 서울 도곡동 한 여고 강당에서는 ‘아주 특별한 졸업식’이 열렸다. 학교 졸업이 아니라 후원 과정을 끝내고 독립하는 다국적 학생들이 주인공이었다. 국제어린이양육기구인 한국컴패션이 후원해온 세계 26개 나라 12만명의 어린이 가운데 올해 자립을 하게 된 807명을 축하하는 자리로, 2003년 설립 이래 첫 공식 졸업식이었다.
이날 행사에는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를 대표하는 컴패션 졸업생 4명과 한국 후원자들이 참석해 ‘깜짝 만남’과 공연을 즐겼다. 특히 필리핀의 카를로 클라린(26)과 후원자인 모발이식 권위자인 황성주(48·털털모발이식클리닉) 원장은 며칠 전 미리 만나 뜻깊은 추억을 만들었다.
“어릴 때부터 결연을 맺어온 후원자의 사정으로 대학 과정을 중단해야 할 위기였는데 황 원장님께서 기꺼이 후원을 해주셔서 무사히 졸업하고 취직도 했습니다.”(클라린) “2013년 컴패션 비전트립에 참가했을 때 카를로를 만났는데, 어려운 가정 사정으로 장학금으로 의대 공부까지 했던 제 학생 시절이 떠올라 돕기로 했지요.”(황성주)
지난 18일 서울 숙명여고 강당에서 열린 한국컴패션 ‘후원 졸업식’에서 후원자와 졸업생들이 나라 의상을 입고 기념촬영을 했다. 한국컴패션 제공
지난 15일 서울 강남에 있는 황 원장의 병원에서 재회한 두 사람은 서로 “고맙다”는 인사부터 나눴다.
세부 출신인 클라린은 소아마비 장애를 지닌 부모가 다섯 형제를 키우는 어려운 형편에서 9살 때부터 컴패션 후원을 받아 산카를로스대에서 전자커뮤니케이션공학을 전공하고 지금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신학교에 진학해 목회자로서 컴패션 후원 활동을 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대구 출신으로 경북대 의대를 나온 황 원장은 우여곡절 끝에 2004년 강남 중심가에서 병원을 개업한 뒤 2006년부터 “도와준 이들에게 은혜를 갚는 마음으로” 컴패션과 인연을 맺었다. 그해 세계모발이식학회에서 ‘플래티넘(백금) 모낭상’을 받은 기념으로 처음 5명을 후원한 뒤 해마다 점증해 2014년부터는 100명의 아프리카 어린이와 결연을 맺고 있다. 자신의 몸에 직접 모발 이식 임상실험을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던 그는 2008년 국내 처음으로 미국모발이식협회로부터 ‘미국모발이식전문의’ 자격증을 받았고 교과서에도 사례가 실리는 등 국제적 인정을 받고 있다. “후원이 버거울 때도 있긴 했지만 아내는 물론 두 딸도 컴패션 봉사 활동에 적극적이어서 이제는 그만둘 수도 없게 됐어요.”
이날 클라린은 필리핀 전통의상을 선물로 준비해 왔고, 황 원장은 클라린을 집으로 초대해 가족들과 함께 축하의 시간을 즐겼다.
한국컴패션 서정인 대표는 “후원 어린이의 졸업은 컴패션의 가장 빛나는 결실”이라며 “어린이가 가난을 이길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한 후원자님들이야말로 진정한 챔피언이다”라고 전했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