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피아니스트 동물보호운동가 이형주 대표
귀국 뒤 동물학대 현장 보고 활동가로
‘돌고래 제돌이 방사’ 계기 ‘운동’ 나서
최근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 창립 대표로
“반려동물 늘어나자 돈벌이 대상화 우려”
근본 인식·실태 맞는 법제도 개선 목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정책·연구 중심의 활동을 지향하는 어웨어는 이씨가 대표를 맡고, ‘고기 없는 월요일’의 이현주 한약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장보람 변호사, 조지희 디자이너 등이 이사를 맡았다. 김병엽 제주대 교수 등도 자문위원을 맡았다. 단체 이름 어웨어는 동물복지(Animal welfare)의 인식(awareness)·연구(research)·교육(education)의 준말이다. 이씨는 귀국한 이후 동물자유연대에서 통역 등으로 자원봉사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그러다 전업 활동가가 된 것은 ‘동물학대’ 논란을 빚은 경기 고양시의 사설동물원 ‘테마파크 쥬쥬’를 가본 뒤였다. “철창에 갇힌 동물들을 본 뒤, 평생 한마리라도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행운은 예상보다 일찍 찾아왔다. 2012~13년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야생 방사 프로젝트 실무를 맡았는데, “정말로 1년 남짓 만에 제주 바다로 돌려보내는 성공을 거둔 덕분”이다. 이씨에게는 물론 한국 사회에서도 동물보호 인식과 정책에 대해 질적인 전환을 불러온 ‘사건’이었다. 그 뒤 법적 사각지대인 전시시설을 관리하는 ‘동물원·수족관법’이 지난해 제정됐고, 지난 2월에는 동물실험으로 만든 화장품의 판매·유통을 금지하는 법률도 시행됐다. 2010년대 시민운동은 ‘동물보호운동의 성장’으로 요약된다. 동물자유연대, 카라(옛 아름품), 케어(옛 동물사랑실천협회) 등 주요 단체는 생소한 ‘동물복지’라는 말을 일상어로 전파하며, 회원 수가 기존의 주요 환경단체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전문화와 다양화 그리고 대중화 추세가 엿보인다. 동물원 감시단체 ‘동물을 위한 행동’, 돌고래 전문 ‘핫핑크돌핀스’가 관련 이슈를 주도하고 있으며,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는 실험동물로 쓰인 ‘비글’을 구조하는 모임 등 풀뿌리 단체가 활약한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명 시대가 불러온 변화다. 반려동물이 늘어나면서 동물단체에는 구조 전화도 빗발친다. 그러나 주야로 동물구조에 나서는 활동가들은 가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느껴져 허탈감에 빠진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진 만큼 동물로 돈을 벌려는 사람도 많아졌어요. 그래서 구체적인 조사와 연구를 통한 동물복지의 기준과 규정 제정이 절실해요.” 반려견과 식용견의 경계가 모호한 문제, 동물학대의 정의가 지나치게 좁은 문제 등 대중의 앞선 동물보호 의식을 허술한 법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점이 많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대표는 “동물학대 사건처럼 사회적 현상에 대한 일시적 대응은 동몰복지 수준을 성장시킬 수 없다”며 “근본적 원인을 찾아 법 제도를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사진 어웨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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