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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서 가장 오래된 볍씨 나온 터에서 ‘토종 독립운동’ 시작해요”

등록 2020-04-29 20:28수정 2020-04-30 02:05

[짬] 충북 지역운동가 윤석위 시인
오는 5월말 개강하는 ‘한겨레소로리토종학교’ 초대 교장 윤석위 시인이 27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본사에서 인터뷰를 통해 ‘토종학교’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오는 5월말 개강하는 ‘한겨레소로리토종학교’ 초대 교장 윤석위 시인이 27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본사에서 인터뷰를 통해 ‘토종학교’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토종운동은 제2의 독립운동입니다. 우리의 미래 생명주권을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한겨레 소로리 토종학교’(이하 토종학교) 윤석위(67) 교장은 토종학교에 입학하는 것을 “독립군이 되는 것”에 비유했다. 토종학교는 오는 5월30일~11월28일 매주 토요일 충청북도 청원군 옥산면 소로리에서 진행하는 이론·현장실습 결합 학교다.

소로리는 2003년 약 1만5천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가 발견된 곳이다. 토종학교는 지난해 이곳에서 논 5천평과 밭 2천평에 직접 녹토미·돼지찰·백경조·보리벼·북흑조·붉은매·충북흑미 등 7개 토종벼를 심어 수확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올해에는 농지를 3만평으로 확대했다. 경작방법은 조선시대 대표적 농서인 <임원경제지>에 나와 있는 방식에 따른다. ‘토종 씨앗을 토종 방식으로 가장 토종적인 장소에 심는 것’이다.

토종학교 개강 준비로 바쁜 윤 교장을 지난 27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나 ‘토종과 독립군의 관계’에 대해 들어봤다.

‘한겨레 소로리 토종학교’ 초대 교장
2003년 ‘1만5천년 전 추정 볍씨’ 발견
청원 옥산면 소로리에서 3만평 확보
‘임원경제지’ 방식대로 토종벼 경작
유기농·토종 전문가들 강사진 참여

“미래 생명주권 지키는 독립군 양성”

윤 교장은 자신이 “<한겨레>가 주최하는 토종학교 교장을 맡은 것도 ‘이 활동도 독립운동’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문난 마당발이다. 독립운동가이며 역사학자인 단재 신채호를 기념하는 ‘단재신채호기념사업회’ 부회장, 소로리 토종생태문화관광지 추진위원장, 충북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이사장 등을 두로 맡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력도 화려하다. 시집 <비름꽃>(1990) <종달새>(2019)를 펴낸 시인으로 충북민예총 대표(1999년~2000년)를 지냈다. 1990년대 초반에는 <청주신문>과 <충청리뷰> 등 지역신문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의 경력들은 얼핏 서로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사실 관통하는 주제가 있다. 윤 교장은 이런 여러 활동을 꿰는 열쇳말로 ‘자신을 찾고 지키는 삶’을 꼽았다. ‘자기를 찾는 삶’이 나라와 관련됐을 때 독립운동을 기념하는 활동으로 나타나고, 문화와 관련됐을 때 민예총 활동 등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윤 교장은 “(그런 삶의 경험에 비추어) 우리 민족의 미래를 생각할 때 토종씨앗 등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것이야말로 ‘자신을 찾고 지키는 중요한 활동’”이라고 강조한다. 최근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경험했듯 지구 생태계에서는 앞으로 식량문제 등 예기치 못한 일들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윤 교장은 이때 토종 먹거리를 몬산토 등 다국적 생화학업체로부터 얼마나 지키고 발전시켰는지가 우리 미래 삶에 큰 영향을 준다고 본다.

윤 교장은 이 ‘독립운동’이 “토종은 맛이 없고, 수확량도 적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에서 출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종학교 주관단체들인 임원경제사회적협동조합, 소로1리마을회, 논살림사회적협동조합 등과 함께 지난해 토종볍씨를 소로리에서 시험재배했습니다. 그 결과 토종벼인 녹토미 등은 맛과 수확량 모두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그는 이어 “벼가 익어도 볏잎이 푸른색이어서 녹토미라는 이름을 얻은 이 토종벼의 쌀로 가래떡을 만들어 지난 설날 여의도에서 판매도 했는데 4일간 예정됐던 물량이 완판됐다”고 소개했다.

“조청을 찍어 먹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맛이 있었기 때문에 서울 사람들의 입맛도 사로잡은 겁니다.” 그는 1만5천년 전부터 벼 재배를 했을 정도로 벼 성장에 좋은 소로리의 퇴적 토양이 토종쌀의 감칠맛을 나게 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 교장은 이 ‘독립운동’은 민족의 미래 먹거리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토종학교가 수강생들에게 제대로 된 토종 경험을 하게 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토종학교는 조선시대 농서 <임원경제지>의 토종 재배 방식을 구현할 최적 조건을 갖추었다. <임원경제지>는 농학자 서유구가 약 36년(1806~42년)에 걸쳐 저술한 우리나라 최대의 농업 백과사전이다.

“<임원경제지>에 나오는 조선시대 농업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넓은 지역에서 토종 재배법을 시현해봐야 해요. 현재 소로리에서는 마을 전체가 3만평의 땅에 조선시대 토종농법을 시험하고자 하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더욱이 오춘식 소로1리 이장, 석종욱 흙살림연구소 회장 등 전국의 내로라하는 유기농·토종 전문가들로 짜여진 강사진이 토종씨앗 이야기에서부터 토종쌀로 전통주 빚기, 토종 농산물로 건강식단 만들기 등 토종농업에 대한 이론을 충실히 전해줄 예정이다.

윤 교장은 “수강생들은 이런 이론적 배움과 함께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1인당 논 80평과 밭 20평 이상의 농사를 직접 짓게 된다”고 말했다. 그 땅에서 나온 수확물도 모두 수강생들에게 나눠줄 예정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오는 11월28일 졸업식에서는 많은 ‘토종 독립군’들이 배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 한해 토종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고 실습하는 과정을 무난히 마친 수강생들은 나름의 창농계획을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수강료 80만원, (02)710-0743.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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