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지대 전 총장을 지낸 김문기씨가 19일 별세했다. 향년 89. 그는 1993년 부정입시 사건으로 구속된 이후에도 잦은 논란을 일으키며 30년 가까이 한국 사학비리의 상징적 인물로 기록됐다.
1932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난 김씨는 14살에 상경해 서울 인사동 ‘빠고다가구’ 종업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60년대 후반 포마이카(호마이카) 가구 인기 열풍 속에 정부 납품을 하며 부를 키웠다. 국회의원에 출마한 민관식씨 선거운동을 도우며 정계에 발을 내디뎠다.
1972년 문교부 장관이던 민관식씨가 원주대(상지대 전신) 임시이사로 김씨를 파견하면서 상지대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김씨는 1974년 이사장이 되며 상지대 운영권을 넘겨받았다. 원주대 설립자인 청암 원홍묵씨는 문교부 장관이던 민씨의 비호와 압박 속에서 원주대 운영권을 돈 한 푼 받지 못하고 넘겨줬다고 증언한 바 있다. 김씨는 상지대 재단 이름을 청암학원에서 상지학원으로 바꾸고, 상지대로 교명을 바꿔 개교했다. 자신이 ‘상지대 설립자’라고 주장하지만, 상지대 법인은 원홍목씨가 설립자이고 운영권만 이전됐을 뿐이라는 사실이 2004년 대법원 판결로 확정됐다.
김씨는 1980년 민주정의당 창당 발기인으로 관여했고, 1987년 12대 국회의원(전국구)을 거쳐 13·14대 국회의원(강원 명주·양양)을 지냈다. 1993년 입시 부정 등 사학비리 혐의로 구속 기소되면서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고 국회의원직도 사퇴했다. 2014년 8월 상지대 이사회를 장악하며 다시 총장으로 복귀했다. 비리 전력이 있는 총장의 복귀로 상지대 내 분규가 격화하자 교육부는 상지학원에 김씨의 해임을 요구했고 김씨는 2015년 결국 퇴진했다. 이후 김씨는 2019년 대한민국헌정회 원로회의 부의장을 맡기도 했다. 유족으로 부인 김옥희씨와 2남4녀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은 23일 오전 8시다. (02)3410-6917.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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