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정호 이사장은 추자도에서 대대로 살아온 토박이로 조기잡이배 선장이기도 했다. 사진 박정현 국토안전관리원 교수 제공
아직도 섬은 유배지다 . 육지 사람들이 누리는 기본권의 절반도 못 누리고 사는 유배자들의 땅이다 . 2022 년 8 월 12 일 밤 제주의 섬 추자도 주민이자 차별받는 섬 주민 기본권 신장 활동에 큰 기여를 했던 사단법인 한국섬주민연합중앙회 이정호 이사장께서 유명을 달리했다 . 향년 70. 추자도에서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제주대학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골든타임을 놓친 까닭에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 결국 일어나지 못하고 이승을 하직했다 . 애통하고 비통한 일이다 .
그가 섬에 살지만 않았다면 그토록 허망하게 목숨을 잃지 않았을 것이다 . 뱃길이 끊기면 응급치료조차 받을 수 없는 교통단절의 섬이 아니었다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살아났을 것이다 .
섬사람들은 여전히 교통사각지대에 살아간다 . 2019 년만해도 울릉도는 147 일 , 백령도는 93 일 , 거문도는 91 일이나 여객선이 안 다녔다 . 추자도의 결항일 또한 연평균 100 일이다 . 한국의 여객선 수는 일본의 7 분의 1 밖에 안 되는데 여객선 사고율은 한국이 오히려 7.2 배나 높다 . 세월호 참사 이후 여객선 사고는 오히려 75% 나 증가했다 . 사고 원인은 기관 손상이 26% 로 가장 높다 . 세월호의 비극을 겪고도 여객선 안전관리가 더 악화됐다니 참담한 일이다 . 여객선이 전혀 다니지 않는 교통단절 섬도 40 곳이나 된다 . 여객선요금 또한 과중하다 . 1km 당 요금이 고속철도( ktx) 보다 5 배 , 지하철보다 12 배나 비싸다 .
사실 연평균 여객선 이용객 1500 만명 중 75% 가 육지사람들이다 . 여객선 문제가 섬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란 뜻이다 . 정부는 110 대 정책과제에 2025 년까지 여객선 공영제 실행을 포함시켰다 . 하지만 해수부는 낙도보조항로 27 개만 공영제를 실행하고 일반항로 77 개에 대해서는 계획이 전혀 없다 . 해수부가 정부의 국정과제를 스스로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 해수부는 일반항로 공영제를 추진할 수 없는 이유를 예산 때문이 아니라 이익이 나는 민간 항로를 국공유화 할 수 없기 때문이라 한다 .
2020년 6월 한국섬주민연합중앙회를 출범시킨 고 이정호(앞줄 오른쪽 다섯째) 이사장은 2021년 12월 제주에서 ‘살고 싶은 섬을 말한’ 워크숍을 열었다. 사진 오션라이프 제공
정말 방법이 없을까 ? 해결책은 간단하다 . 이익이 나는 항로는 여객선 공영제 대상에서 빼고 나머지 항로들만 추진하면 될 일이다 . 해수부는 여객선 공영제를 낙도 보조항로 27 개로 한정하지 말고 더 확대해야 한다 . 소외지역 제로화 사업에 포함된 40 개 교통단절 항로도 공영제 틀에 담아야 한다 . 따로 나눌 이유가 없다 . 또 정부는 해수부와 행안부와 해경으로 다원화돼 비효율적인 해상 교통체계도 일원화해야 한다 . 여객선 공영제의 틀 속에 해수부 소속 27 개 낙도보조항로와 17 개의 적자 일반항로 , 행안부와 해안경찰청이 관할하는 97 개의 도선 항로도 포함시키고 신안군 자체 운영 공영제 4 개 항로도 포함시켜야 한다 .
( 가칭 ) 연안여객선교통공사를 만들어 이들 모든 항로를 공영제로 운영해야 한다 . 해상교통체계를 일원화하면 효율성도 높아지고 예산도 절감되고 교통 소외지역도 없앨 수 있다 . 나머지 일반항로 선사들 중에서도 추후 공영제에 편입되길 원한다면 편입시킬 수 있는 길을 열어두면 된다 . 여객선 공영제 전면 실행은 국민들의 해상교통 안전을 확보하고 교통단절의 불편을 덜어주고 섬사람들의 억울한 죽음도 방지해 줄 것이다 .
그것이 골든타임을 놓쳐 운명하신 이정호 이사장을 비롯한 수많은 섬주민 영령들의 명복을 빌고 유지를 받드는 길이라 생각한다 .
강제윤/섬연구소장· 한국섬진흥원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