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의 자연생태와 문화유산의 비경들을 찍어 기록해온 사진작가 황헌만씨가 29일 밤 경기도 일산 국립암센터에서 위암 투병 중 별세했다. 항년 74.
고인은 서울 출신으로 서라벌예대 사진과를 나와 <중앙일보> 출판사진부 기자, <서울문화사> 사진부 부장 등을 지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서울 구기동에 엠(M)2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작업해왔다.
대학시절부터 장승과 초가집, 옹기 등 무관심 속에 사라져 가는 우리 전통 민속유산들을 고집스럽게 기록해온 그는 1988년부터 <장승> <보길도 보용동 원림> <초가> <조선땅 마을지킴이> <옹기> 등의 사진집을 꾸준히 펴내 ‘국토사진가’ ‘민속사진가’로 불렸다.
1998년부터는 자신의 거처인 일산과 파주 부근의 한강변, 임진강변 생태계와 습지 등을 담은 환경 다큐 사진들로, 동화책 <민들레의 꿈> <아주 작은 생명 이야기> <춤추는 저어새> 등을 펴내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10월에도 한국 하구의 유일한 습지인 공릉천을 기록한 <습지, 새들의 안부를 묻다: 교하들판 새들의 이야기>(소동출판사)를 펴냈다.
지난 12월13일부터 경남 진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주택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황헌만 기증 사진전-집을 닮은 삶, 삶을 담은 집'이 유작전이 됐다. 1960년~80년대 우리의 집과 삶음 담은 생활문화 사진 913점을 무료로 볼 수 있고, ‘작가의 방’에는 고인이 실제 사용했던 카메라가 전시돼 있다.
유족은 부인 강애선씨와 아들 정욱, 딸 혜정씨, 며느리 김지혜씨 등이 있다. 빈소는 명지병원장례식장, 발인 1월2일 오전 7시30분. (031)810-5444.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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