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새뮤얼슨 (94)
노벨경제학상 받은 폴 새뮤얼슨 타계
“경제학의 가장 위대한 스승 가운데 한 분이 타계했다.” 밴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13일 폴 새뮤얼슨(94·사진)의 부음을 듣고 이렇게 애도했다. 버냉키 의장의 박사 학위 논문을 지도한 이가 바로 새뮤얼슨이었다. “그는 아주 오래, 잘 살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를 몹시 그리워할 것이다.”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도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이런 애도의 글을 올렸다. 크루그먼 또한 매사추세츠대학(MIT) 교수와 석좌교수로 일한 새뮤얼슨의 제자 그룹에 속한다. 새뮤얼슨이 길러낸 거장들인 로렌스 클라인과 조지 애컬로프, 조지프 스티글리츠 등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로렌스 서머스 현 미국 국가경제회의 의장은 그의 조카이다. 1915년 태어나 하바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새뮤얼슨은 40년 매사추세츠대에서 강의를 시작해 6년만에 정교수가 된 세기의 천재로 꼽힌다. 그는 경제학을 수학적으로 분석했으며 이론경제학과 복잡다단한 응용경제학 분야에서 폭넓게 활약하면서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렸다. 48년 펴낸 <경제학>은 27개 나라 언어로 번역돼 400만부 이상이 팔렸고, 그의 학문적 업적을 이어받은 그레고리 맨큐의 <경제학>이 나오기 전까지 20세기 최고의 베스트셀러 경제학 교과서였다. 그는 70년 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노벨 경제학상(2회)을 받았다. 그에게 상을 주기 위해 노벨 경제학상이 만들어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의 수상은 당연하게 여겨질 정도였다. 그의 가장 큰 학문적 업적으로는 케인스 경제학과 신고전파 경제학을 종합한 신고전파 종합이론을 확립했다는 점이 꼽힌다. 그는 정부가 재정 및 통화 정책을 적극적이고도 꾸준히 수행하면서 인플레이션과 실업이라는 장애물을 헤쳐나가기 위한 규범을 이론적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그의 ‘종합’이 ‘자유방임’쪽에 좀 더 기울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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