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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궂긴소식

눈물 삼키고 웃음 준 ‘원조 바보’

등록 2010-02-23 19:17수정 2010-02-23 21:12

흡인성 폐렴으로 3년째 투병하다 23일 오전 타계한 원로 코미디언 배삼룡씨의 빈소가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되어 유족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1992년 ‘웃으면 복이 와요’에 출연한 구봉서·배삼룡씨.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흡인성 폐렴으로 3년째 투병하다 23일 오전 타계한 원로 코미디언 배삼룡씨의 빈소가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되어 유족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1992년 ‘웃으면 복이 와요’에 출연한 구봉서·배삼룡씨.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원로 코미디언’ 배삼룡씨 별세
40년대 악극단으로 데뷔해
특유의 바보연기로 인기몰이
신군부서 출연막는 등 고초

‘배삼룡’(본명 배창순)은 원조였다. 1940년대 중반 악극단으로 데뷔한 이래 그는 늘 최고였다. 1960년대 티브이 개국과 함께 통용된 코미디언이라는 일반명사는 배삼룡이라는 이름과 동의어였다. 연원을 알 수 없는 초등학생들의 개다리춤, 이주일·심형래로 이어지는 엉뚱한 바보 캐릭터 등은 바로 배삼룡의 것이었다.

23일 오전 2시께, 그는 3년간의 투병 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편안히 눈을 감았다. 향년 84. 그를 괴롭혀 온 것은 흡인성 폐렴. 한국 코미디의 한 세대가 저무는 순간이었다. 그는 2007년 6월 한 행사장에서 쓰러져 입원했으며 최근 들어 자가호흡을 하고 가끔 말은 했지만 지인들을 알아보지는 못하는 상태였다.

그는 한국 예능의 전설이었다. 60~70년대, ‘구봉서’와 함께 출연한 ‘웃으면 복이 와요’는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고, 그는 전성기를 누렸다. 그를 자사의 프로그램에 섭외하기 위해 <문화방송>, <한국방송>, <동양방송> 등 당시 방송 3사 관계자들이 녹화를 마치고 나오는 그를 서울 여의도에서 종로 5가까지 뒤쫓은 일화는 그의 인기를 반영하는 전설로 남아 있다. 또한 그의 ‘바보짓’은 탄탄한 연기력에서 나오는 것이어서 수백편의 영화와 드라마 주연으로도 출연했다.

지난 92년 문화방송 코미디 (웃으면 복이 와요)의 구봉서와 배삼룡.
지난 92년 문화방송 코미디 (웃으면 복이 와요)의 구봉서와 배삼룡.

고인에게 힘든 시기가 찾아온 것은 80년대. 그가 경영했던 ‘삼룡사와’의 도산 등 사업 실패와 80년 신군부가 ‘저질 코미디’라는 이유로 방송출연을 막아 그는 3년간 미국 생활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뒤 복귀해 ‘웃으면 복이 와요’, ‘웃는 세상 좋은 세상’, 한국방송 ‘코미디 하이웨이’ 등에 출연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그는 2007년 6월부터 지병인 흡인성 폐렴으로 서울 아산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으며, 지난해 12월 병원 쪽에서 특실 입원료 등 밀린 진료비 1억천여만원을 지불하라는 소송을 낸 사정이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지난달에는 병상에서 후배 코미디언 이용식씨의 도움으로 손도장(핸드 프린팅)을 남겼다. 이씨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지난 50년 동안 후배 중에 배삼룡 선생님의 흉내를 내지 않고 코미디언이 된 사람은 단 한명도 없을 것”이라며 “75년 신인 코미디언으로 ‘부부만세’라는 프로그램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던 배 선생님의 연기를 보면서 그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떠올렸다. 이씨는 “그는 방송 전 무대에 미리 올라 넘어질 곳, 춤추는 시선까지 계산하셨던 분”이라며 “그런 코미디언의 등장을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유족으로는 아들 동진(배우)씨와 딸 심애·주영·경주씨가 있다. 발인은 25일 오전 8시. (02)3010-2295.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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