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주연상 2번 수상
삶에선 8차례 결혼과 이혼
노년엔 에이즈 퇴치운동도
삶에선 8차례 결혼과 이혼
노년엔 에이즈 퇴치운동도
미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 별세
‘절세의 미녀’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미국 할리우드의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23일(현지시각) 오전 숨졌다. 향년 79.
테일러의 대변인인 샐리 모리슨은 성명을 통해 리즈(엘리자베스의 애칭) 테일러가 이날 로스앤젤레스(LA)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고 발표했다. 그는 “테일러가 4명의 자녀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테일러는 지난 2004년부터 앓아온 울혈성 심부전증 증상으로 지난달 입원했으며 며칠 전 회복됐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다. 그는 1950년대 약물 과다복용과 자살 시도를 한 이래 97년 뇌종양 제거 수술, 2009년 심장판막 수술 등 끊임없는 투병 생활을 해왔다.
32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 LA로 건너간 그는 10살 때 영화계에 진출하면서 아역 배우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51년 <젊은이의 양지>, 56년 <자이언트> 에 이어 63년 <클레오 파트라>에서 열연하며 ‘21인치’의 가는 허리로 상징되는 관능미를 뽐내며 ‘만인의 연인’으로 최고 인기를 누렸다. 61년 <버터필드8>과 66년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로 두차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17살 때 힐튼 호텔의 상속자 니키 힐튼과 결혼한 이래 96년 20살 연하의 남편 래리 포텐스키와 이혼까지 모두 8차례 결혼과 이혼을 거듭했다. 85년 에이즈 퇴치운동을 시작했고, 99년에는 자신의 이름을 딴 에이즈 퇴치 재단을 세우기도 했다. 말년에 휠체어를 탄 채로 에이즈 연구기금 모금 행사에 참석하곤 했던 그는 “연기는, 요즘의 내게,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사람들이 고통받는 것을 보는 게 진짜다”고 말하기도 했다.
5년 전부터 주변을 정리해온 그는 사후 자신의 모든 소유물을 경매에 부치기로 경매업체 크리스티와 합의했다. 특히 <클레오 파트라>에서 만나 두차례 결혼과 이혼을 했던 리처드 버턴의 청혼 예물 등을 경매에 내놓아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테일러는 평소 자신이 죽으면 리처드 버턴의 고향에 뿌려지길 바란다는 유언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비공개 장례식은 이번 주말쯤에 진행될 예정이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연합뉴스
영화 <클레오파트라> 촬영 때 만나 두차례 결혼과 이혼을 한 배우 리처드 버턴과 1964년 첫번째 결혼식 때 모습.
200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행사장에 등장한 말년의 엘리자베스 테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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