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월(본명 박창오) 가수
반야월씨 별세
‘불효자는 웁니다’를 부른 가수이자 ‘단장의 미아리 고개’ 등의 작사가인 가요계 원로 반야월(본명 박창오)씨가 26일 오후 3시20분께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5.
1917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고등학교를 다니던 중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 충북 청주에서 양복집을 하던 숙부를 찾아가 양복일을 배웠다. 이후 재단사 보조로 일하면서도 늘 문학 책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37년 태평레코드사 주최 콩쿠르 대회에 나가 1위를 차지하면서 가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진방남’이라는 예명으로 태평레코드사 전속 가수로 활동하며 ‘불효자는 웁니다’, ‘꽃마차’ 등 인기곡을 내놓았다. ‘꽃마차’는 직접 노랫말도 썼다.
일제강점기에 나라 잃은 민족의 애환을 달래는 노래로 사랑받았지만, 막판에는 친일 군국가요를 부르고 작사하기도 했다. 그는 2010년 친일 행적에 대해 “매우 후회스럽고,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해방 뒤에는 가수보다 반달을 뜻하는 ‘반야월’이라는 예명의 작사가로 더욱 왕성하게 활동했다. ‘단장의 미아리 고개’, ‘울고 넘는 박달재’, ‘소양강 처녀’, ‘열아홉 순정’, ‘잘했군 잘했어’, ‘아빠의 청춘’ 등 수많은 인기곡의 노랫말이 그의 손에서 나왔다.
그가 지금까지 가사를 쓴 곡은 무려 5000곡이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작사를 너무 독식하는 느낌을 피하려고 박남포·추미림·백구몽·남궁려·고향초·옥단춘 등 여러 필명을 돌려가며 쓰기도 했다. 아흔살을 넘긴 2009년까지도 ‘박달재 사랑’, ‘나의 별’ 등을 작사하며 ‘영원한 현역’으로 활동했다. 현재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돼 공인된 작품만도 900여곡에 이른다. 전국에 세워진 노래비도 10여개나 된다.
고인은 생전에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단장의 미아리 고개’를 꼽았다. 6·25 전쟁으로 가족과 떨어졌던 그는 9·28 서울 수복 뒤 꿈에 그리던 가족과 재회했다. 그러나 둘째딸 수라가 전쟁통에 영양실조로 세상을 떴다는 소식을 부인으로부터 듣고 가슴을 치며 쓴 곡이 바로 ‘단장의 미아리 고개’다. 54년 가수 이해연씨의 입으로 불린 이 노래는 국민가요가 됐다.
대중음악평론가 박성서씨는 “고인은 해방 이전부터 활동해온 가요 1세대로, 박시춘·이난영과 더불어 가요계의 3대 보물로 불릴 만큼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고 전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윤경분(92)씨와 딸 박미라(작사가)·희라(〃)·애라(주부)·보라(〃)씨, 아들 미호(작곡가)·민호(〃)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으며, 장례는 5일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02)3010-2000.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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