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이 요시노리 와세다대학 교수
가신이의 발자취
일본 ‘동남아시아학 연구 대가’ 무라이 요시노리 별세
일본 ‘동남아시아학 연구 대가’ 무라이 요시노리 별세
일본의 동남아시아학 연구의 거장인 무라이 요시노리(사진) 와세다대학 교수가 지난 23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69.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의 개발 문제를 현지 민중들의 관점에서 연구하면서 일본의 공적개발원조(ODA)가 오히려 지역의 문화와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현실을 고발해왔다. 그는 일본에서 20만부 이상 팔린 <새우와 일본인>이라는 저서를 통해 일본 기업의 국외 진출에 대해 비판해왔으며 일본의 인도네시아 핵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운동도 활발히 벌여왔다.
그는 조선인 B·C급 전범 문제의 권위자인 부인 우쓰미 아이코 전 게이센여대 교수와 함께 1987년 <적도하의 조선인 반란>도 펴냈다. 이 책은 이명박 정부 민간인 사찰의 대표적인 희생자인 김종익씨의 번역으로 <적도에 묻히다>(2012년·역사비평사)란 제목으로 소개됐다. 이 책에서 무라이와 우쓰미 교수는 식민지 백성으로 일제의 침략전쟁에 동원되었다가 조국의 독립을 위해 비밀결사를 만들고 또다른 식민지 인도네시아의 독립전쟁에 참여해 독립영웅이 된 양칠성 등 조선과 일본에서 모두 잊혀진 젊은 영혼들의 이야기를 발굴했다.
무라이 교수의 아버지는 와세다대 총장을 지냈으며, 그의 선대는 경남 진영 일대에 막대한 토지를 보유하고 무라이농장을 경영한 적도 있다. 지금 철새 도래지로 유명한 주남저수지는 무라이농장에서 개발한 것이다. 또 이 부부는 일본에서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과 과거청산의 책임을 단지 학문 연구 차원에서 주장하지 않고 온몸으로 보여준 지식인의 표본이었다.
무라이 교수는 최근 아시아 전역에서 민중들에게 동물성 단백질을 제공해준 가장 민중적인 물고기인 멸치에 대한 연구에 열정을 쏟다가 갑자기 건강이 나빠져 숨졌다.
그는 언제나 걷고 보고 물어보는 일본 시민학의 선구적인 방법론을 이끌어온 실천적인 지식인이었다. 그의 집은 항상 아시아 각지에서 민주화운동을 실천해온 유학생들로 북적였고, 한국의 민주화운동 세대인 시즈오카대 박근호, 게이센여대 이영채, 호세이대 김경남 교수 등과는 친가족과 같은 깊은 정을 나누었다.
추모 미사는 새달 8일 도쿄 성이그나시오 교회에서 열린다.
한홍구/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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