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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궂긴소식

분단과 전쟁 없는 나라로 떠난 통일시인

등록 2013-06-12 19:11수정 2013-06-12 22:08

이기형 시인
이기형 시인
원로문인 이기형 시인 별세

일본유학 중 항일투쟁 1년 옥고
한국전쟁땐 월남해 빨치산 활동
60살 넘어 시창작·사회운동 헌신
통일운동가이자 작가회의 고문을 지낸 이기형(사진) 시인이 12일 오후 1시15분 별세했다. 향년 97.

1917년 함경남도 함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함흥고보를 졸업한 뒤 일본 도쿄의 니혼대학 예술부 창작과에서 수학했다. 해방 전까지 지하협동단사건, 학병거부사건 등 항일투쟁과 관련해 여러 차례 피검되고 1년 남짓 옥고를 치뤘다.

해방 뒤 <동신일보>와 <중외일보> 기자로 일했으나, 1947년 정신적 지도자로 따르던 몽양 여운형이 암살당하자 월북해서 <민주조선> 기자로 잠깐 일했다. 한국전쟁 때 월남해 빨치산 활동으로 체포된 그는 출소한 이후 일체의 공적 활동을 중단한 채 30년 가까이 구멍가게 운영·학원 강사·번역 등을 전전했다.

80년 시인 김규동·소설가 남정현 등 지인들을 통해 시인 신경림과 평론가 백낙청 등을 만나면서 ‘분단 조국 하에서는 시를 쓰지 않겠다’던 생각을 바꿔 시 창작과 사회 활동에 나섰다. 82년 첫 시집 <망향>을 출간하면서 등단한 그는 2008년 <절정의 노래>까지 모두 열 권의 시집과 전기 <몽양 여운형> <도산 안창호> 등을 펴냈다. 89년에는 시집 <지리산>으로 필화사건을 겪기도 했다.

그의 시들은 한결같이 겨레의 분단과 외세의 침탈을 비판하며 통일을 희구하는 내용들이었다. 최근까지도 진보문인단체인 한국작가회의 고문으로서 노구를 이끌고 각종 시위 현장을 누비며 젊은 후배들을 독려했다.

2005년 ‘6·15 민족작가대회’ 당시 남과 북의 작가들이 함께 백두산에 올랐을 때 그는 천지를 내려다 보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떨구었다. 가족을 북에 두고 월남한 그는 자신과는 반대로 가족을 남쪽에 두고 월북했던 북의 시인 오영재의 손을 맞잡고 어린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려 보는 이들로 하여금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분단 60년!/ 어머니도 아내도 자식도 못 만났다/ 네가 진정 시인일진대/ 어찌 통곡하지 않겠느냐/ 천지에서 치올라오는 맵찬 바람 속에서/ 북쪽 계관시인 오영재를 만나/ 뜨겁게 손을 맞잡았다/ 그는 나와 처지가 반대다/ 그는 어머니를 남쪽에 두고 북상했고/ 나는 어머니를 북쪽에 두고 남하했다/ 내 설명을 듣고/ 그도 눈물을 글썽거렸다”(‘백두 성산에 올라’ 부분)

2007년에 낸 아홉 번째 시집 <해연이 날아온다>에 실린 시 ‘조국 시 사랑’에서 “분단이 풀리지 않는 한/ 늙지도 죽지도 않겠다/ 통일시만 쓴다”고 밝혔던 현역 최고령 시인은 백수를 눈 앞에 두고 분단과 전쟁이 없는 나라로 떠났다.

유족으로는 부인 방현주씨와 아들 휘건(한양대 화학과 교수)씨, 며느리 윤석희(변호사)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발인은 14일 오전 9시다. (02)2258-5940.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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