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능 스님
가신이의 발자취
‘광주출전가’ 작곡자 범능스님을 보내며
‘광주출전가’ 작곡자 범능스님을 보내며
‘노래하는 스님’ 범능 스님(사진)이 13일 오전 2시30분 입적했다. 올해 세속 53. 법랍 20. 범능 스님은 지난 1일 전남 화순 불지사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광주 전남대병원으로 옮겨진 뒤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를 받아왔으나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스님은 최근 첫 찬불송 음반을 제작하고 사회적 약자들을 돕는 공연 행사에 참여하면서 피로가 누적돼 쓰러졌다. 마지막 음반 제목은 입적을 예견한 듯 <나 없어라>였다. “자기에게 집착하는 것을 버리자”는 불교의 가르침을 담았다.
고인은 1980년대 대표적 민중가요인 ‘광주출전가’, ‘혁명 광주’, ‘민주, 너를 부르마’ 등을 작곡했고, ‘정세현’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한 민중가수였다. 전남대 국악학과를 졸업한 뒤 89년 진도에서 인간문화재 조공례 선생에게 2년 동안 민요를 배우고 노래운동에 열정을 쏟던 그는 93년 가을 홀연히 출가했다. 속가의 6남매 가운데 맏형과 막내 여동생을 빼고는 4형제가 출가해 불교와 인연이 깊다.(<한겨레> 5월17일치 27면)
범능 스님은 <오월의 꽃>, <먼 산>, <삼경에 피는 꽃>, <무소의 뿔처럼>까지 4장의 노래(명상) 음반과 ‘나무아미타불’, ‘지장보살’ 등 7장의 염불음반을 냈다. 시에 붙인 그의 노래를 들으면 ‘청아한 목소리에 스민 남도의 한’이 가슴 아리게 다가온다.
고인과 민중가요를 공동창작했던 지인 고규태 시인은 “스님은 음악적 감수성이 탁월했다. 독학으로 동서양 화성법을 모두 섭렵해 작곡하고 부를 수 있는 음악인이었다. 동서양 악기를 다 써서 공들여 마음먹고 만든 노래를 담은 찬불송 음반은 불교음악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기억했다.
범능 스님은 외국인노동자 쉼터 마련, 소아암 환자 돕기 자선음악회 등 사회적 약자들의 삶에도 애정을 기울였다. 고 시인은 “출가하기 전이나 뒤에도 범능 스님은 오월 정신에 따라 온 몸으로 살았던 분이다. 당뇨로 몸이 아픈데도 사람들이 부르면 앞뒤 재지 않고 달려갔던 그였다”고 애도했다.
오는 15일 오전 10시 불지사에서 장례식을 치른 뒤 다비식이 거행된다. (061)372-5521.
광주/글·사진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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