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국 화백
담담한 시선으로 변두리 일상 그려
서민의 생활상을 담백하게 표현해온 서양화가 이상국(사진) 화백이 암투병 끝에 5일 오전 1시께 경기도 고양의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67.
1947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미대 회화과와 동국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40여년간 붓과 조각칼을 들고 시대의 모습을 담담한 시선으로 회화와 목판화에 담아냈다. 일찍부터 ‘맹인 부부가수’, ‘어머니’, ‘공장지대’ 등 암울했던 시대상을 그려내 화단의 주목을 받았으며, 주변 풍경으로 시선이 옮겨가면서 홍은동·역촌동·응암동·구파발· 서울 서북부 산동네 등 서울 주변부의 풍경을 화폭에 담았다.
한때 민중미술 운동에 참여하긴 했지만 미술사의 흐름이나 사조에 흔들리지 않고 작업에만 매달려 묵묵히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추구하며 한 길을 걸어왔다. 민중미술가 오윤의 작품과 비교되는 그의 목판화는 서사가 철저히 배제돼 정치적 저항성이나 풍자성보다 당대의 현실이나 서민의 생활상에 더 집중한 것이 특징이다.
암 투병 중에도 창작에 몰두한 고인은 지난해 관훈동 나무화랑에서 개인전을 연 데 이어 올해도 같은 곳에서 전시회를 준비중이었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영임(전 <연합뉴스> 국제국 기획위원)씨, 딸 영채(미국 에니애드건축 건축사)·지원씨, 사위 브라이언 요커스(미국 뉴저지 세인트조셉병원 의사)씨가 있다. 빈소는 연세대세브란스병원이며, 발인은 7일 오전 8시다. (02)2227-7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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