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섬경(91) 할아버지
김섬경씨 북 자녀 만난지 44일만에
지난 2월 이산가족 상봉 때 구급차에 누워 북녘 가족을 만난 김섬경(91·사진) 할아버지가 지난 5일 세상을 떠났다. 64년 동안 헤어졌던 딸과 아들을 만난 지 44일 만이다.
김 할아버지의 아들 진황(52)씨는 “북녘 자식을 보시고 나니 그리움의 한을 놓으신 것 같다. 통일이 되면 유골은 북녘 형제들에게 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 상봉 때 김 할아버지와 동행한 남쪽 아들 진황씨는 8일 대한적십자사 관계자에게 아버지의 별세 소식을 알렸다. 그는 “형제들에게 아버지가 운명했다는 소식을 전할 길이 없는 것이 가슴 아프다”면서도 “(상봉으로) 자식 된 도리를 한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이 소식이 알려져 통일에 작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는 6·25전쟁 무렵 만삭이던 부인과 어린 남매를 친척집에 두고 잠시 남쪽으로 내려왔다가 끝내 북쪽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죽더라도 금강산에서 죽겠다”며 구급차에 실려 금강산으로 향했던 김 할아버지는 상봉 첫날 비좁은 구급차 속 침대에 누운 채 자녀들을 만났고 이튿날엔 결국 건강 악화로 상봉을 중도에 포기한 채 조기 귀환했다. 이후 병세가 급격히 악화했다. 6·25 참전 군인인 김 할아버지는 국립이천호국원에 안장됐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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