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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궂긴소식

존재만으로 위로가 되는 순한 사람아

등록 2014-05-25 19:11수정 2014-05-25 21:04

지난 19일 필리핀 팡가시난주에서 한국와이엠시에이 대학생 해외자원봉사단 평가회를 마치고 현지 참가자들과 선물교환을 하며 활짝 웃고 있는 문홍빈(왼쪽 둘째) 안양와이 사무총장.
사진 한국와이엠시에이전국연맹 제공
지난 19일 필리핀 팡가시난주에서 한국와이엠시에이 대학생 해외자원봉사단 평가회를 마치고 현지 참가자들과 선물교환을 하며 활짝 웃고 있는 문홍빈(왼쪽 둘째) 안양와이 사무총장. 사진 한국와이엠시에이전국연맹 제공
가신이의 발자취
문홍빈 안양YMCA 사무총장
1964년 태안에서 태어난 문홍빈 안양와이엠시에이(YMCA) 사무총장은 교사가 천직이라며 교육학을 전공했지만 그의 삶은 새로운 꿈과 틀을 형성하는, 제도화되지 않은 사회적 공간에서 이루어졌다.

그는 92년부터 작은 교회와 크리스찬아카데미에서 ‘공동체 성서연구’ 운동을 하면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예수의 삶을 실천하고, 돌봄의 공동체를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그는 언제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의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인 아내 장명숙씨와 “우리가 아무리 서로 사랑하더라도 예수님 이상으로 사랑하지 말자”고 약속했던 것처럼, 그의 삶의 가장 앞자리에는 예수로 상징되는 상처받고,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97년 와이엠시에이에서 일하면서부터 그의 삶은 “어린이들의 온전한 삶”과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돈만을 숭배하고, 경쟁이 중심인 세상을 현실로 받아들이기에 그는 너무도 맑은 눈과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각박한 세상 속에서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처럼 순하고 착하게 살았다. 그래서 악착같이, 자기중심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그런 사람이었다.

바다의 3%가 소금이듯
‘3% 살림네트워크’ 이루자더니…

안양와이 대안초등학교 ‘벼리’의 교장이기도 한 그는 ‘관계결핍’ ‘놀이결핍’ ‘자연결핍’이 아이들의 온전한 삶을 왜곡하고 있다고 한탄하고 안타까워하면서 아이들이 아이답게 뛰어놀고 부딪히고 스스로 배우면서 자신들의 꿈과 세상을 창조하도록 격려했다. “아이는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다. 아이들 스스로가 도우며 더불어 살아가야 할 책임적 주체다”라는 그의 말처럼 그는 어른과 다름없이 아이 하나하나를 존경심을 가지고 대했다.

또 하나 그가 주목한 것은 ‘마을’이었다. 고속성장 시대인 70~80년대를 거치면서 돈만 좇아서 살다 보니 공동체와 삶터를 잃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거대하고 획일적인 도시는 다양성과 개인의 존엄을 무시하고, 비인간적이고 차가운 사회 속에 우리 스스로를 가두고 있다”고 하면서 사람들의 이야기가 꽃피어나는 마을, 간판이 작아서 오히려 눈에 띄는 마을을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2008년 가을, 안양에서 초등생 2명의 실종사건을 겪으면서 그는 지역 시민사회와 함께 “바다가 3%의 소금으로 살아 있듯이 안양에서도 3%의 깨어 있는 시민이 살림네트워크를 만들자”고 제안하고, 실천해나가고 있었다.

그런 그가 이제는 우리보다 어려운 아시아 나라들과 함께할 때라며 새로운 관계망을 만들기 위해 찾아갔던 필리핀의 작은 도시 팡가시난에서 며칠 전 심장마비로 홀연히 떠났다.

그는 ‘겸손하고, 따뜻한’ 미래 시민운동가의 표상으로 우리에게 남았다.

김기현/부천YM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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