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 안젤루
평생 여성·인종차별 굴레와 싸워
‘새장에 갇힌 새가 왜…’로 유명
2011년 ‘대통령 자유메달’ 수상
‘새장에 갇힌 새가 왜…’로 유명
2011년 ‘대통령 자유메달’ 수상
미국의 시인이자 소설가, 배우이자 인권운동가인 마야 안젤루(사진)가 28일(현지시각) 노스캐롤라이나주 윈스턴-세일럼의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윈스턴세일럼저널>이 보도했다. 향년 86.
그의 큰아들 가이 존슨은 짤막한 성명을 내어 “어머니께선 평생을 교사, 인권운동가, 예술가,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살다 돌아가셨다. 그는 평등과 관용, 평화를 위한 전사이기도 하셨다”며 “가족들은 어머니와 함께 보낸 시간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안젤루(본명 마거리트 앤 존슨)는 1928년 4월4일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태어났다. 3살 때 부모의 이혼으로 한살 터울 오빠와 함께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남부 아칸소주의 할머니 집에 맡겨졌던 그는 4년 뒤에야 어머니와 재회했다. 이듬해 8살 때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사건이 벌어졌다. 어머니의 남자친구한테 성폭행을 당한 것이다.
재판을 통해 유죄가 확정됐지만, 성폭행범은 단 하룻만에 풀려났다. 모두가 분노했다. 성폭행범은 석방 나흘 만에 뭇매를 맞고 숨진 채 발견됐다. 이때부터 무려 5년여를 어린 안젤루는 침묵 속에서 보냈다. 그는 생전에 <피비에스>(PBS) 방송 등과 한 인터뷰에서 “내가 성폭행범이 누구인지를 말했다. 내 목소리에 사람을 죽이는 힘이 있다고 느꼈다”고 회고했다.
다시 할머니에게 맡겨진 소녀를 보듬은 것은 이웃에 살던 교사 버사 플라워스였다. 플라워스는 어린 안젤루를 자그마한 마을 도서관으로 데려가 “여기 있는 책을 다 읽으라”고 권했다. 안젤루가 찰스 디킨스며 윌리엄 셰익스피어, 에드가 앨런 포우 등의 작품을 처음 만난 것도 그곳이다.
고교 졸업 직후인 17살 때 미혼모로 첫 아들을 낳은 그는 빈곤의 나락으로 빨려들었다. 이 시절 그는 여러 도시를 전전하며 스트립 댄서에서 성매매까지 닥치는 대로 일하며 어린 아들을 키웠다. 폭풍 속 같았던 삶은 51년 그리스계 이민자 토쉬 안젤로스와 결혼하면서 막을 내렸다. 이 무렵 현대무용을 배우기 시작한 그는 직업 가수로 무대에 선다.
3년남짓 만에 이혼한 뒤에도 그는 가수 겸 무용가로 활동했다. 59년 뉴욕으로 이주한 그는 할렘작가협회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인종차별과 성폭행 등 어린시절 겪었던 아픔을 그려낸 첫 작품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를 나는 아네>(1969년)로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이후 안젤루는 시, 소설, 음악, 연극 등 문화예술 전반을 아우르는 활동으로 명성을 쌓아갔다. 60~70년대엔 마틴 루터 킹, 말콤 엑스 등과 함께 흑인 인권운동에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11년 미국 정부가 민간인에게 주는 최고의 훈장인 ‘대통령 자유메달’을 받기도 했다.
그가 숨지기 닷새 전에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올린 마지막 글은 29일 오후까지 8만차례 이상 리트위트되고 있다. “네 자신에 귀 기울여라. 그 평온함 속에서 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도 있을테니.”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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