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석기 교수
1세대 연극평론가·희곡 전문가
‘드라마센터’ 세워 연극진흥 앞장
‘드라마센터’ 세워 연극진흥 앞장
국내 1세대 연극평론가이자 영미 희곡 전문가인 여석기(사진) 국제교류진흥회 이사장(고려대 명예교수)이 12일 오전 교통사고로 별세했다. 향년 92.
경북 김천 출신인 고인은 김천고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유학을 가 도쿄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하다 일제의 학도병 지원 요구를 거부하고 노무자로 강제동원됐다. 1945년 해방 직후 귀국해 서울대 문학부를 나와 53년부터 고려대에서 영문과 교수로 재직했다.
국내 연극비평의 선구자로 꼽히는 그는 54년 30대 초반의 젊은 영문학자 7명과 함께 ‘한국영어영문학회’를 만들어 이끌어왔다. 64년 한국셰익스피어학회도 창립했고, 70년부터 80년까지는 연극비평 전문지 <연극평론> 발행인을 맡았다. 87~88년에는 연극평론가협회 회장을 지냈다. 한국연극평론가협회는 96년부터 ‘여석기 평론가’상을 제정해 연극비평 활동을 격려해왔다.
<20세기 문학론> <희곡론> <현대연극> <한국 연극의 현실> <동서연극의 비교연구> 등 연극에 관한 저작과 논문을 다수 남겼다. 셰익스피어의 <햄릿> <리처드 3세> <십이야(夜)> 등도 우리말로 옮겼다.
고인은 60년 유치진·신태민·이해랑 등과 함께 서울 예장동에 드라마센터를 설립해 10여년간 워크숍을 통해 젊은 극작가 양성과 연극 진흥에 힘쓰기도 했다. 상업적 연극을 경계하고 순수연극의 가치를 지키려 한 그는 60년대부터 ‘동인 연극’ 활동을 하던 수많은 젊은 연극인들의 ‘정신적 지주’로 불렸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1977년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으로 추대됐다.
유족으로는 아들 건종(숙명여대 교수)씨, 딸 경주·효주씨, 사위 서민석(동일방직 회장)·노부호(서강대 명예교수)씨, 며느리 강혜순(대림대 교수)씨, 손주 서태원(동일방직 전문)·희원(동일레나운 부장), 노승화(미국 루이지애나대 교수)씨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이며, 발인은 15일 오전 7시다. (02)3410-6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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