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여성의 인권 신장 등을 요구하며 사회문제 등을 시로 노래해 온 이란의 시인 시민 베흐바하니가 19일(현지시각) 테헤란의 한 병원에서 별세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향년 87.
베흐바하니는 진보적 시인이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14살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으며 70여년의 작품활동을 통해 국내외에서 명성을 쌓았다. 테헤란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그는 2009년 ‘시몬 드 보부아르 여성자유상’을 수상했으며 두 차례나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이란의 최고 인기 가수들이 베흐바하니의 사랑시를 노랫말로 사용하면서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작품 일부를 외울 정도라고 전했다. 지난 2011년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슬람의 설 명절인 ‘누루즈’(Nowruz)를 맞아 이란 국민에게 보내는 비디오 메시지를 통해 “나의 조국이여, 내가 너를 다시 세울 것이다”라는 그의 시구절을 암송하기도 했다.
서구의 정형시인 소네트와 형태가 유사한 페르시아어권의 전통시 ‘가잘’(ghazal)을 현대화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1979년 이란혁명 이후 사회문제에 초점을 맞춘 체제 저항적인 시를 계속 집필해 ‘이란의 암사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2009년에는 이란 여성을 차별하는 법률을 국제적 인권기준에 맞춰 개정할 것을 촉구하는 100만인 서명운동에 참가했으며 같은 해 치러진 이란 대통령 선거 부정에 항의하는 시를 써 시위대의 편에 서기도 했다.
이 때문에 보수파인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집권하던 2010년에는 여권을 일시적으로 몰수당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릴 시낭송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등 당국의 탄압과 검열에 시달려야 했다.
미국 버지니아대학에서 페르시아문학을 가르치며 그의 시 일부를 번역한 파르자네 밀라니 교수는 <블룸버그 통신>에 베흐바하니가 “권력에 대해 항상 진실을 말해왔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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