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눈으로 경제 분석
언론인이자 경제학자인 정운영 전 〈한겨레〉 논설위원(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24일 오전 9시 삼성서울병원에서 신장 질환으로 별세했다. 신부전을 앓아 온 고인은 지난 8월 초부터 입원 치료를 받아 왔다. 향년 61.
큰 키와 깊은 눈, 묵직한 음성이 인상적이었던 고인은 화려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글로 언론계와 학계에 두루 족적을 남겼다.
1944년 대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벨기에 루뱅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이후 한신대 교수로 부임해, 김수행 교수(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등과 함께 한국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의 기틀을 닦았다. 학내 문제로 86년 겨울 해직당한 뒤 서울대·고려대 등에서 정치경제학을 강의했다. 강의시간에는 분필을 던져가며 학생들과 격론을 벌였고, 강의가 끝나면 학생들과 담배를 나눠 피웠다. 92년에는 진보적 학술동인 ‘이론’ 그룹의 창립을 주도했다. 오랜 시간의 ‘강사’ 생활을 거쳐 지난 99년부터 경기대 경제학부 부교수로 재직해 왔다.
경제학자로서의 고인의 사상은 언론을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벨기에로 유학을 떠나기 전인 1972년부터 2년여 동안 〈한국일보〉와 〈중앙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또 한신대에서 해직된 직후인 88년에는 〈한겨레〉 창간에 참여했고, 99년까지 10여년간 〈한겨레〉 논설위원을 지냈다. 고인은 이 기간 동안 해박한 지식에 바탕을 둔 경제 칼럼 ‘전망대’ 등을 통해 한국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경제평론가로 이름을 날렸다. 99년엔 〈문화방송〉 ‘100분 토론’의 초대 진행자를 맡았고, 2000년 〈중앙일보〉로 다시 자리를 옮겼다.
저서로는 〈레테를 위한 비망록〉 〈광대의 경제학〉 〈저 낮은 경제학을 위하여〉 〈경제학을 위한 변명〉 등이 있다. 유족으로 부인 박양선(55)씨와 두 딸 정유경(34)·유신(33)씨가 있다. 장례식은 27일 오전 11시 경기도 고양시 서울시립장묘문화센터. (02)3410-6905.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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