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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궂긴소식

큰입의 너털웃음·우렁찬 노랫소리…벌써 그리운 동무야

등록 2014-12-22 21:11수정 2014-12-23 11:24

고 하성봉 기자. 왼쪽은 고등학생 시절 사진이다.
고 하성봉 기자. 왼쪽은 고등학생 시절 사진이다.
[가신이의 발자취] 고 하성봉 기자를 보내며
“참 점잖은 신사였지요.”

이제 고인이 된 하성봉 전 <한겨레> 기자, 54년의 길지 않은 삶을 마감하고 서둘러 떠난 친구가 참 밉습니다. 그는 큰 입으로 잘 웃고, 잔꾀를 부린 적도 없는, 우리들의 친구였습니다. “진지하게 자기 의견을 단호하게 말하지만 곧 너털웃음으로 상대의 기분을 풀어주던 정 많은 친구” “대학 시절 자취방에서 같이 몰려 잘 때면 늘 먼저 일어나 된장찌개 끓여서 친구들 먹이던 다정다감한 동무”였습니다.

1973년 까까머리 중학생 때 고인을 처음 만났습니다. 미련하다 싶을 정도로 공부에 열심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등교해 가장 늦게 집으로 돌아가는, 범접할 수 없는 ‘노력파’였습니다. 그를 다시 만난 것은 87년, 한겨레신문 창간사무국의 막내로 일하던 때였습니다. 고인과 함께 ‘한겨레’의 창간기금 모금 홍보 전단지를 뿌리고 다녔는데, 그는 목청껏 정의를 외치는 열혈청년으로 거듭나 있었습니다. 함께 일했던 고인의 아내와는 아마도 그 무렵 평생 인연의 싹을 키워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가만히 돌아보면, 한겨레 기자가 된 뒤에도, 고인은 늘 드러나지 않은 곳으로 먼저 내려갔습니다. 드러나는 일을 맡았을 때도, 드러나지 않는 일을 챙기려 했습니다. ‘굵직한 기사가 많은 법조 기자로 뒤늦게 발령났을 때였어요. (선배가 맡는 검찰청이 아니라) 막내가 맡는 법원을 출입하겠다고 고집하더군요. 밑바닥부터 배우겠다는 거였죠. 그때 하 기자의 부지런함에 모두 혀를 내둘렀습니다.’ 동료들은 그의 부지런하고 곧은 성정을 잊지 못합니다. 2005년 신문사를 그만두고 인터넷신문 <코리아포커스> 편집국장을 맡았을 때도 고인은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는 선배였습니다. 그때 후배들은 한번도 화낸 적 없는 뚝심과 믿음의 ‘봉봉 국장’을 ‘영원한 따봉’으로 기억합니다.

오늘 아침 이기홍씨가 보내온 조시 ‘영면한 친구 하성봉군께’를 함께 바칩니다.

고인은 신문기자였지만 실은 세상사에 밝지 못한 어수룩한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착하고 여린 마음 바탕이 생명을 앗아간 병의 뿌리가 되지 않았을까, 가슴이 아픕니다. 내 동무 하성봉, 술자리에서는 가수였습니다. ‘마른 잎 다시 살아나’ ‘북한강’을 즐겨 불렀지요. 우렁차면서도 고왔던 그의 음성이 그립습니다.

‘어디로 급히 가느냐/ 이승에서 울고 웃다/ 그예 울음 짓게 하고 가느냐/ 먼 길 갈 때/ 노잣돈처럼 기어이 경계선에 눈 내리고/ 향불마저 졸지에 타올라/ 이 겨울 따뜻하라/ 네 눈빛으로 말해주려고/ 가느냐 어딜 그리 급히 가느냐/ 남은 자들 가슴들 먹먹하고/ 너 앞에 놓인 한 잔의 술/ 어찌하란 말이냐/ 살은 세월이 우후죽순이고/ 살은 날들이 사금파리처럼 반짝이는데/ 겨울 햇살에 반짝이는데/ 왜 그리 급히 그 강을 건넜더냐/ 왜 그리 그 강을 건넜더냐/ 친구야 우리들의 고운 친구야’

김현대 <한겨레> 출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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