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홍 씨는 2000년대 이전 우리에게 익숙한 국립박물관 도록 유물 등 국보 사진은 물론 공·사립 박물관과 미술관의 유물을 찍으며 실내 유물 촬영의 교범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내 유물 사진의 개척자인 한석홍 씨가 30일 오전 3시27분 별세했다. 향년 75.
제주 서귀포 출신인 고인은 김대벽(작고)·안장헌씨와 함께 ‘국내 3대 문화재 사진작가’로 통했다. 김씨가 건축물 분야, 안씨가 야외 불상 사진에서 일가를 이룬 데 견줘 고인은 도자기 등 실내 유물 촬영의 일인자로 꼽혔다.
그는 2000년대 이전 우리에게 익숙한 국립박물관 도록 유물 등 국보 사진은 물론 공·사립 박물관과 미술관의 유물을 찍으며 실내 유물 촬영의 교범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명성은 1971년 국립박물관 주최 ‘호암 수집 한국미술특별전’ 사진 촬영이 계기가 됐다. 호암미술관, 호림박물관 등 국내 굵직한 사립 박물관 유물 촬영을 도맡아 진행한 그는 76년 한석홍사진연구소를 설립하고, 그해 <한국미술오천년전> 도록을 촬영했다. 이후 <국보 시리즈>(예경산업사, 1983~85)에 이어 일본 쇼가쿠칸 출판사에서 <세계도자전집 18-고려편>(1978) <세계도자전집 17-한국고대편>(1979) <세계도자전집 19-이조편>(˝)를 내며 명성을 이어갔다. 88~89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한석홍 사진전: 전통미술의 세계’를 열었다.
고인은 98년 국립박물관과 사진 저작권 싸움을 벌여 사진 저작권 논쟁의 기폭제 구실도 했다. 이전까지 박물관 유물 사진의 저작권은 박물관에 귀속됐으나, 이를 부당하게 여긴 고인은 “유물이 박물관 소유라고 해도 사진을 촬영한 작가의 창작 정신은 보호받아야 한다”며 저작권 인정을 요구했다. 논란 끝에 박물관과 고인은 ‘98년 이전 유물 사진 저작권은 박물관과 한석홍 공동 소유, 이후 촬영분은 박물관 소유’라는 선에서 타협했다.
유족으로는 아들 정엽(사진작가)씨와 딸 정임(미술학원 운영)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이며 발인은 새달 1일 오전 8시다. (02)3779-2190.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