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남편 백남준과 함께 인터뷰중인 구보타 시게코.
60~70년대 세계 전위예술운동과 비디오아트 분야서 활약한 대가
비디오아트 거장 고 백남준(1932~2006)의 부인으로 일본 출신의 전위 미술가였던 구보타 시게코(78)가 23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한 병원에서 지병인 암으로 타계했다. 향년 78.
백남준아트센터는 25일 “뉴욕에 있는 구보타의 지인이 이날 오전 메일을 보내와 그가 병원에서 지병으로 타계했다는 소식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현지 사정을 잘 아는 국내 미술계 한 인사는 이와관련해 “구보타가 오랫동안 암으로 투병해왔으며, 최근 암세포가 온몸에 퍼지면서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입원한 뒤 외부인과 접촉을 끊고 치료를 받아왔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장례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보타는 소장 작가로 활동하던 63년 당시 일본 도쿄 쇼게츠홀 공연장에서 백남준을 처음 만나 그의 영향으로 비디오아트 작업을 시작했다. 이후 미국, 유럽 등지에서 백남준과 함께 전위예술 유파인 플럭서스운동을 펼쳤으며, 77년 결혼했다. 생전 백남준의 가장 가까운 작업동료였으며, 96년 백남준이 뉴욕에서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에는 타계할 때까지 병수발을 하며 그를 돌봤다. 구보타는 남편의 명성에 가려지긴 했지만, 60~70년대 세계 전위예술운동과 비디오아트 분야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펼친 대가로 인정받고 있다. 뉴욕모마미술관, 구게하임 미술관 등에서 전시했으며 대표작 ‘계단을 내려오는 나부’ 등의 비디오아트 작품들이 서구 미술관들에 소장돼 있다. 백남준의 생전부터 한국을 자주 방문해 백남준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 등의 전시와 기념행사에 참석하며 조언하는 등 국내 미술계와 친밀한 인연을 맺어왔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한겨레>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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