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이민자로서 걸인 신세를 딛고 미국 대통령들의 사랑을 받는 양복 장인이 된 조르주 드 파리가 13일(현지시각) 별세했다. 향년 81.
드 파리는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한 호스피스병원에서 지병으로 숨을 거뒀다고 그의 친구가 이날 밝혔다. 드 파리는 2년 전부터 뇌종양을 앓으면서도 최근 두달 전까지도 계속 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백악관에서 두 블록 정도 떨어진 양복점에서 린든 존슨부터 버락 오바마까지 미국 정상들의 옷을 제작한 장인이다. 그는 미등록 이민자로서 한때 노숙까지 했으나 미국 최고의 재봉 기술자가 됐다.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태어난 그는 1950년대 미국인 여자친구를 따라 이민왔다가 곧 헤어지는 바람에 그 여자친구의 은행계좌에 모아둔 4천달러를 떼이면서 걸인 신세가 됐다. 영어를 거의 못하던 그는 6개월 정도 백악관 근처 주차장에서 노숙하다가 프랑스계 캐나다인의 양복점에 취업해 주급 70달러를 받으며 일했다. 종잣돈으로 재봉틀을 사자마자 양복점을 개업한 그는 당시 하원의원이던 오토 패스먼과 식당에서 우연히 대화하다가 옷을 지어준 게 백악관과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됐다.
존 에프 케네디의 암살로 대통령 자리를 물려받은 존슨의 옷부터 전담했다. 그 뒤 리처드 닉슨, 제럴드 포드, 지미 카터, 로널드 레이건, 아버지 조지 부시, 빌 클린턴, 아들 조지 부시(왼쪽), 오바마까지 모두 9명의 역대 대통령이 그의 정장 기술에 찬사를 보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