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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궂긴소식

‘1세대 인권변호사’ 조준희 전 사법개혁위원장 별세

등록 2015-11-19 20:00수정 2015-11-19 21:46

조준희 변호사
조준희 변호사
독재 맞서 ‘인권 방패’…‘민변’ 씨앗 뿌려
오랜 인권변호사 활동을 해온 조준희 변호사가 지난 18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77. 이돈명·황인철·홍성우 변호사 등과 함께 ‘1세대 인권변호사’로 불렸던 조 변호사는 2008년 언론중재위원회 위원장을 마지막 공직으로 뒤에서 묵묵히 후배들을 도와왔다.

홍성우 변호사는 조 변호사를 “늘 겸손한 선배”로 기억했다. 조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재학 시절인 1959년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했다. 서울지법 판사로 일하다 변호사로 개업한 그가 인권변호사의 길에 뛰어든 건 1975년이다. 당시 명동성당에 모인 대학생 20여명이 긴급조치 위반으로 검거됐다. 홍성우·황인철 등 후배 변호사들이 조 변호사를 찾아갔다. 홍 변호사는 “학생들의 양심을 지켜주는 게 변호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 선배를 찾아가 같이 일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당시 상황을 기억했다.

조 변호사는 후배들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당시 ‘인권변호사’의 길로 뛰어든다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정부의 탄압으로 사건 수임을 포기할 각오를 해야 했다. 조 변호사는 그 뒤 후배 변호사들과 함께 유신시대 대표적 공안사건 가운데 하나인 3·1 민주구국선언 사건, 리영희·백낙청 교수의 반공법 위반 사건, 회사의 부당한 폐업에 맞서 노조원들이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인 와이에이치(YH) 노조 신민당사 농성 사건 등을 변론했다. 80년대에는 부천서 성고문 사건, 김근태 고문사건 변호인으로 활동했다.

그는 1986년 홍 변호사, 한승헌·이돈명·조영래 변호사 등과 함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모태가 된 ‘정의실천법조인회’(정법회)를 결성했고, 2년 뒤 민변의 초대 대표간사를 맡았다. 1999년과 2000년에 참여연대가 선정한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후보 1순위였고, 참여정부의 감사원장 후보이기도 했다.

홍성우 변호사는 “당시 대법원장 후보 하마평에 오를 때 우리가 조 선배에게 ‘선배, (대법원장) 한번 좀 합시다’라고 얘기했더니 펄쩍 뛰시더라”고 말했다. 그는 사법개혁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뒤 2003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닌 것 같아 두 차례나 위원장직을 거절했지만, 몰리고 몰려서 어쩔 수 없이 수락했다. 많은 중압감을 느낀다”고 했다.

홍 변호사는 조 변호사가 지난 7월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진행하는 조영래 변호사 추모사업과 관련해 인터뷰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인터뷰 전날 전화를 걸어와 “건강검진을 했는데 상황이 좋지 않아 못 나가게 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 뒤 조 변호사의 건강은 크게 악화됐다. 유족으로는 부인 함옥경씨, 아들 용석(법무법인 천우 변호사)·용욱(영국 닛산자동차 디자이너)씨, 딸 혜진(미국 조지아주 순례자의신학대학 교수)씨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이며, 발인은 21일 오전 6시30분이다. (02)3410-6919.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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