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익 전 교통부 장관
해직 언론인 출신인 이계익 전 교통부 장관이 지난 31일 오후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9.
경기도 평택 출신인 고인은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1963년부터 <동아일보> 기자로 일하다 74년 자유언론실천선언에 이어 75년 ‘동아투위’를 결성해 해직됐다. 2003년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기도 했다.
78년 럭키금성그룹 이사를 거쳐 81년부터 <한국방송>(KBS) 해설주간을 맡아 ‘5분 경제해설’로 이름을 알렸다. 86년 한국관광공사 사장으로서 88서울올림픽 때 대외적인 관광 인지도를 높인 공로로 93년 문민정부 초대 교통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그해 8월 첫 경부고속전철 차종으로 프랑스의 테제베를 선정하기도 했던 그는 서해훼리호 침몰사고의 책임을 지고 취임 8개월 만에 물러났다.
99년 <문화일보> 부사장에 이어 2000년 <디지털타임스> 창간 사장을 지냈고, 방송용 프로그램 공급업체인 프라임프로덕션 회장도 맡았다.
이후 호서대 객원교수로 재직하며 아코디언 연주, 누드크로키 전시회, 마라톤 등 ‘예체능’ 취미를 살려 북한 어린이 돕기 등 사회복지 후원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97년 독일 배낭여행 때 구입한 아코디언은 독학으로 배운 실력이 강사 수준까지 이르러 ‘거리의 악사’란 별칭과 함께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혼자 할 수 있는 유일한 오케스트라가 바로 아코디언”이라는 예찬론을 폈다.
78년 펴낸 <소양강의 뱃사공>(정우사)은 한국전쟁 때 아버지를 여의고, 집을 떠나버린 어머니를 찾으려 뱃사공 노릇을 했던 어린 시절 사연을 담은 자전에세이다. 이밖에 해설논평집 <이계익의 3분 경제>(한국방송공사·1985년), 칼럼집 <세계화에 속고 달러에 울고>(정우사·1998년) 등의 저서가 있다.
유족으로 부인 진옥현씨와 아들 하일·형범씨, 딸 귀인씨, 사위 앤드루(미국인)씨, 며느리 김연수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발인은 3일 오전 7시다. (02)2258-5940.
김경애 기자, 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