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 작가 하퍼 리(AP=연합뉴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앵무새 죽이기>로 유명한 미국 소설가 하퍼 리가 별세했다. 향년 90.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19일(현지시각) 그가 살고 있던 미국 앨러배마주 먼로빌의 시청 직원 등이 그의 죽음을 확인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일부 외신들은 하퍼 리가 고향의 자택에서 숨졌다고 전했지만, 정확한 사인과 시간은 확인되지 않았다. 하퍼 리는 평생 언론과의 인터뷰를 꺼려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1926년 앨러배마주 먼로빌에서 태어난 하퍼 리는 앨러배마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졸업 뒤 항공회사에 근무하며 창작활동을 했다.
지난해 <파수꾼>이 공개되기 전까지, 그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마거릿 미첼과 마찬가지로 단 한권의 소설만 쓴 작가로 유명했다. 1960년 발표된 <앵무새 죽이기>는 미국에서만 1000만부가 팔렸고 40개 언어로 번역되어 미국 밖에서도 2000만부가 넘게 팔렸다. 이 작품은 출간 다음해 그에게 퓰리처상을 안겨줬고, 또 그 다음해인 1962년 그레고리 펙이 미국 남부의 진보적인 백인 변호사 애티커스 핀치역을 맡은 영화로도 제작됐다. 인종차별적인 마을에서 백인 소녀 겁탈 혐의를 쓴 흑인 로빈슨을 변호했던 애티커스는 오랜 세월 미국인의 정의와 용기를 상징하는 캐릭터처럼 여겨져왔다.
하지만 지난해 7월, 하퍼 리가 <앵무새 죽이기>에 앞서 1957년 처음 쓴 소설 원고 <파수꾼>이 공개되며 애티커스를 사랑해온 전세계 독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앵무새 죽이기>에서 여섯살 소녀였던 주인공 진 루이즈가 26살 성인으로 등장한 <파수꾼>에서 진의 아버지 애티커스는 흑백 차별을 옹호하는 인종주의자로 등장한다.
하퍼 리는 1957년 처음 쓴 소설 원고 ‘파수꾼’을 출판사에 보냈지만 편집자의 조언에 따라 출간을 미루고 대신 주인공 진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다룬 <앵무새 죽이기>를 써서 1960년에 출간했다. 지난해 한국어판 출간 당시 번역자인 공진호씨는 “<앵무새 죽이기>의 엄청난 성공에 부담을 느낀 작가가 다음 소설을 쓰거나 출간하는 일을 포기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한 바 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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