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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궂긴소식

‘인혁당 열사’ 가슴에 안고 한평생 추모에 헌신하셨죠

등록 2016-03-15 19:38수정 2022-03-17 12:21

가신이의 발자취
안현수 전 4월혁명회 공동의장 영전에
안현수 전 4월혁명회 공동의장
안현수 전 4월혁명회 공동의장
지난달 23일 우리 곁을 떠난 안현수 선배님은 고교 시절 ‘소크라테스같은 대철학자 되겠다’고 말씀하곤 했습니다. 1938년 경남 함안에서 독립투사이자 대학자였던 안주원 선생의 손자로 태어난 선배님은 6살 이전에 천자문을, 9살에 동몽선습을 떼어 신동으로 소문났었지요. 영남지역의 수재들이 모였던 부산사범학교를 나왔습니다. 고향에서 초등교사로 재직하던 60년 ‘3·15 부정선거’에 항거하다 교단을 떠나게 된 선배님은 법원 입회서기 시험에 합격해 재직하다 69년 31살 때 뒤늦게 서울대 철학과에 ‘최고령 합격’을 했지요.

만학은 집안의 문래였든지, 숙부였든 조계종의 원로 수산 스님도 마흔 후반에 당대 최고령으로 출가해 해인사 포교국장과 송광사 조실을 지냈고, 염불만일회를 이끌다 96년 열반하셨지요.

대학 시절 선배님은, 3선개헌 위수령과 10월 유신 등으로 어수선한 시국에 나이어린 후배들을 지도하며 개헌·유신 반대 투쟁에 앞장서 경찰과 중앙정보부의 시달림을 받았습니다. 고교 교사로 일하며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동양공전에 이어 경기대 철학과 교수로 염원하던 철학자의 꿈을 이루셨지요.

교수 시절 선배님은 ‘민주주의 실현과 분단 조국의 극복’을 위해 몸소 실천하셨습니다. 경기·인천지역 민주화교수협의회 대표, 4월혁명회 공동의장, 대동철학회와 문우회 회장을 지내는 등 78년의 일생을 활발한 사회참여로 일관하셨습니다. <깊고 넓게 사고하기>, <인간적 유물론>, <진리의 실천> 등 저서를 통해서도 학문의 실천을 가장 큰 가치의 척도로 삼으셨죠.

선배님의 생애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이들은 이수병·김용원·유진곤·김종대·김금수·박중기 선생 등 부산사범 동문이셨습니다. 특히 이수병 선생과는 고향 남강을 사이에 두고 10여리 지척에서 나고 자란 1년 후배로서 한때 변혁운동에 관심을 두기도 했지요.

하지만 초등교사로 재직하느라 교류가 뜸하던 중 64년 ‘1차 인혁당 조작사건’이 터졌고, 10년 뒤 2차 인혁당 조작 사건으로 이 선생 등은 사법살인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 연유로 선배님은 반박정희·반유신 투쟁에 뛰어들었고, 인혁당 열사들에 대한 회한과 부채감으로 ‘4·9 추모제’ 등 추모 사업에 헌신하셨습니다.

선배님! 어릴 적 고향에서부터 변함없던 그 따스한 모습과 다감한 말씀을 다시는 대할 수 없는 슬픔에 목이 메입니다. 부디 극락 왕생하시고, 저 세상에도 동지들과 이 땅의 진정한 민주화와 분단 극복을 기원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오길석/민족일보조용수기념회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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