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구 평론가
99살에도 책 출간 ‘창작열’ 보여
음악, 무용, 뮤지컬을 넘나든 ‘르네상스적 문화인’ 박용구 평론가가 6일 오후 경기도 파주 요양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그는 100살을 앞둔 2013년 신작 <먼동이 틀 무렵>을 펴내는 등 지칠 줄 모르는 창작혼으로 후배들의 귀감이 됐다. 향년 102.
박 평론가는 20세기 한반도의 척박한 예술적 토양에서 음악·무용 평론가, 뮤지컬 제작자, 극작가, 연출가 등 전방위 예술가로 활동했다. 1914년 경북 풍기에서 태어난 고인은 1937년 일본 음악평론사 기자로 활동하면서 본격적 비평활동을 시작했다. 일본에서 <춘향전> <벌판> 등을 무대에 올렸고, 1940년 귀국해 신문 기고 활동 등을 하다가 중국 하얼빈 등지에서 극단을 조직해 공연하기도 했다. 해방 후 최초의 음악 교과서 <임시 중등 음악 교본>(1945)과 근대기 최초의 음악평론집 <음악과 현실>(1948)을 냈다.
창작뮤지컬의 선구자이면서 극작가로도 두각을 나타냈다. 현 서울시뮤지컬단의 모태가 된 1962년 한국 최초의 뮤지컬단 ‘예그린악단’ 창단 멤버였다. 이 악단의 단장으로 최초의 창작뮤지컬 <살짜기 옵서예>를 집필했다. 1988년에는 서울올림픽 개·폐막식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서도 꾸준히 무용·음악 평론과 신작을 발표해왔다. 유럽 무대에서 호평받은 현대무용가 안은미 <심포카 바리>, <춘향>, 유니버설발레단의 창작발레 <심청> 등이 대표작이다.
특히 2013년 신작 <먼동이 틀 무렵>을 내는 등 창작열은 식을 줄 몰랐다. 이 저서엔, 한반도 100년의 역사를 담은 심포카(심포니 같은 교향적 총체예술을 줄인 명칭) 시놉시스 ‘먼동이 틀 무렵’과 한국 음악의 기원을 고찰하고 새로운 창작 방법론을 제시하는 ‘한국 음악의 방법론 서설’ 등이 담겼다.
고인은 음악펜클럽 회장,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유니세프 문화예술인클럽 회장, 세계무용연맹 한국본부 회장 등을 지냈다. 유족으로는 딸 화경, 아들 동철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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