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조작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재심에서 무죄를 인정받은 이성재씨가 24일 오후 8시30분 별세했다. 이로써 인혁당 재건위 사건 피해자 24명 중 생존자는 5명 남았다. 향년 91.
1945년 서울대 정치학과에 입학한 고인은 조선민주애국청년동맹에서 활동한 이래 평화통일운동에 참여하다 ‘민청학련’의 배후세력으로 지목된 이른바 ‘인혁당 재건위’ 관계자로 체포돼 75년 4월8일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사건 주모자로 몰린 도예종씨 등 8명은 대법원 선고 18시간 만에 사형당했고, 고인은 감형 끝에 형집행정지로 82년 전주교도소에서 출소했다.
하지만 고인과 가족들의 고통은 사건 이후로도 계속됐다. 특히 사건 당시 수배당한 고인을 체포하기 위해 경찰은 두 자녀까지 연행해 고문했고, 그 후유증에 시달리던 자녀들은 고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박정희 정권이 조작한 공안사건이자 대표적인 국가폭력 사건이다. 유신정권은 인혁당 재건위가 ‘공산주의 국가 건설을 목적으로 학생들을 선동해 정부를 전복시키려 했다’고 발표했으나, 32년이 지난 2007년 1월 사형수 8명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95년 캐나다로 이민을 갔던 고인은 재심이 시작되자 2006년 귀국했고, 2008년 9월18일 무죄 판결을 받았다. 고인은 앞서 2006년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에서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도 인정받았다.
4·9통일평화재단은 26일 저녁 7시 서울삼육병원에서 ‘민족민주통일인사 고 이성재 선생 추모의 밤’ 행사를 열어 고인을 기릴 예정이다.
유족으로는 아들 성일씨, 딸 혜성·혜원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삼육병원, 발인은 27일 오전 9시다. (02)2215-4444.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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