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훙린 전 푸젠성 사회과학원장
중국 자유화운동가 리훙린 별세
문화대혁명 이후 중국에서 사상의 자유화 운동에 앞장서온 리훙린 전 푸젠성 사회과학원장이 1일 오후 7시20분 베이징이 한 병원에서 폐암으로 별세했다고 중화권 매체 <명경신문망>이 2일 보도했다. 향년 91.
랴오닝성 출신으로 1946년 시베이농업대학 재학 때 공산당에 입당한 리훙린은 일생을 사상·이론 부문에서 근무했다. 그는 79년 당 중앙선전부장에 취임한 후야오방에 의해 선전부 이론국 부국장에 전격 발탁됐다. 문화대혁명이 종료된 직후, 유토피아적 공산주의라는 문혁의 극좌 이념에서 벗어나 사상이 해방된 때였다. 그는 후야오방을 보좌하며 자유로운 사상·이론 연구 분위기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후야오방의 취임 첫 사업이었던 ‘이론검증회’에서 그는 “인민이 지도자에게 충성하는 것이 아니고, 지도자가 인민에게 충성해야 한다”는 유명한 발언을 남겼다.
그 뒤 후야오방은 공산당 총서기에 올라 정치개혁을 요구하다 실각해 89년 천안문 민주화 시위를 촉발했다. 중국사회과학원 정치연구소장을 역임한 옌자치는 “80년대의 신계몽주의 시대에 후야오방이 사령탑이었다면 리훙린은 기수였다”고 평가했다.
신계몽운동은 78년 ‘진리 표준’에 대한 토론을 발단으로 생겼으며 베이징에서 창간된 잡지 <독서>와 관계가 있다. 리훙린은 싼롄(삼련)서점의 둥슈위 사장 부탁을 받고 ‘독서’ 창간호에 ‘독서에는 금역이 없다’는 제목의 글을 기고해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또 같은 해 출간한 <과학과 미신>에서도 그는 “마르크스주의와 마오쩌둥 사상에도 착오가 있으며 실천을 해봐야 착오를 검증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일찍이 간첩죄로 중국에서 추방된 그의 아들 리사오민은 현재 미국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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