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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궂긴소식

‘한국교회 통일·평화 선언’ 낭독하던 모습 생생하건만

등록 2016-07-04 02:00

고 김형태 목사님 영전에
존경하는 김형태 목사님, 믿음으로 바라보시던 영원한 세계로 올라가셨군요. 4대째 목회자 가족임을 자랑스럽게 여기셨던 목사님은 정말 목사답게, 예언자답게, 떳떳하고 부끄러움 없는 삶을 마치시고 가셨습니다.

목사님을 떠나보낸 가족들과 교우들, 그리고 후배들은 눈물짓고 있습니다. 하지만 목사님은, 아버지 하나님의 부르심을 따라 이 땅의 낡은 장막을 벗고 찬란한 빛과 행복의 폭풍 속으로 들어가시면서 너무나 아름답고 완벽한 세계에 웃음 짓고 계시겠지요.

지금 이 순간, 목사님을 회상하면서 특별히 기억나는 것은 이상하게도 목사님의 단호함과 엄격함입니다. 연동교회 당회장때 직원들이 목사님을 무서워했다지요. 연세대 교수 때도 너무 엄격해 학생들이 논문 지도교수로 모시길 주저했고, 장신대에서 논문 지도하실 때 혹독한 나무람으로 학생들이 절절 맸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원칙도 신념도 없는 정치인과 목사들 때문에 나라가 어지럽고 교회가 혼란스럽습니다. 특히 “꿩 잡는 것이 매”라며 무조건 큰 교회를 지향하는 일부의 풍토를 목사님은 무척 안타까워 하셨지요. “경제 발전과 함께 바람을 탄 소위 교회성장 충동이 기독교 세력을 크게 확장시킨 반면에 목회의 권위를 세속적 돈과 권력에 의존하는 세속화 현상을 촉진시켜 영적 타락과 도덕적 부패를 발생시켰다”고 늘 한숨 지으셨지요.

돌이켜보니, 목회는 물론 교육·에큐메니컬운동·평화통일운동, 더 나아가 민주화 운동에까지 목사님은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별히 기억나는 것은 88년 2월 연동교회에서 모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제37차 총회에서 예장통합 총회장으로서 목사님이 떨리는 음성으로 직접 낭독하신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을 박수로 채택한 일입니다. 이 선언은 국내외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고, 그뒤 평화통일운동의 지침이 되었습니다.

오늘 목사님이 더욱 그리운 것은, 우리 사회가 다시 옛날로 돌아간 것처럼 암울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민주화 된 사회로, 평등한 사회로, 남북이 평화롭게 통일된 나라로 만드는 일은 이제 남은 자들의 몫이 되었습니다.

‘고성’(孤星)이란 호처럼 살아계실 때 외롭게 홀로 빛을 발하셨듯 하늘에서도 우리의 갈 길을 밝게 비춰 주시기 바랍니다. 천사들의 영접을 받으며 가신 그 나라에서 영생의 기쁨과 안식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유경재/안동교회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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