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부터 위암 투병…향년 52
시사만화작가회의 회장 지내
시사만화작가회의 회장 지내
역대 대통령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만화 시리즈를 통해 한국 현대사를 비판적으로 조명한 시사만화가 백무현(사진) 화백이 지난 15일 별세했다. 향년 52.
백 화백은 지난 4월 위암 판정을 받고 투병 생활을 하다가 전날 오후 11시55분께 숨을 거뒀다고 유족들이 전했다.
고인은 1988년 <한겨레> 창간 때부터 ‘국민기자석-만화초대석’에서 활약했고 <평화신문>에 시사만평을 연재했다. 98~2012년 <서울신문>을 통해 ‘백무현 만평’을 그렸다. 96년 <만화로 보는 한국현대사>를 세 권으로 펴냈고, 2005년 <만화 박정희>를 시작으로 <만화 전두환>, <만화 김대중>, 지난해 <만화 노무현>까지 전직 대통령을 그린 작품들은 굴절된 한국 현대사를 자연스럽게 다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일 행각과 군부독재를 정면 비판하는가 하면 전두환 전 대통령을 겨냥해서는 광주민중항쟁 등 재임 시기 굵직한 사건들을 생생히 묘사하며 날 선 칼날을 들이댔다. 최근작 <만화 노무현>의 부제는 ‘그의 마지막 하루’로, 이명박 전 대통령 시기 노무현 수사를 맡았던 대검 중수부 우병우 제1과장(현재 청와대 민정수석)과 중수부 제2과장 이석환 검사의 실명을 거론하며 당시의 잔인한 수사를 재현하고 있다.
<월간 말>과 <노동자신문> 등 진보적 매체에도 만평을 다수 실었다.
고인과 가까웠던 박시백 화백은 “다작이 보여주는 것처럼 구상이 있으면 바로 스토리가 나오는 등 활기찬 인물이었다”고 회상한다. 고인은 전국시사만화작가회의 회장을 지내면서 냉전·학벌·남성 중심 이데올로기에 물든 시사만화계를 자정하겠다며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2012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으로 정치에도 발을 들였다. 지난 4·13 총선 때는 고향인 전남 여수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유족으로 부인 윤정숙씨와 딸 승영(회사원), 아들 승건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발인 18일 오전 8시30분이다. (02)3010-2000.
연합뉴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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